'신림역 흉기난동' 1년 만에 인근서 살인 사건
경찰, 살인 혐의로 30대 여성 체포해 조사 중
상인들 "또 강력범죄 발생…여러모로 힘들다"
시민들 "더 이상 안전지대 없어 보여…불안해"
[서울=뉴시스]홍연우 오정우 기자 =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지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중국 국적 30대 여성이 14일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서울에서 흉기 사용 강력범죄가 잇따르는데다, 지난해 '신림역 흉기 난동' 이후 약 1년 만에 또다시 비슷한 장소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살인 혐의로 중국 국적의 30대 여성 A씨를 현장 체포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이날 오후 2시10분께 관악구 당곡사거리 근처 건물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지인인 20대 한국인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후 3시15분께 결국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후 범행이 벌어진 건물 근처엔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건물 입구에는 출입 통제를 위한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다.
인근에서 영업중인 상인들은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가 난 현장 근처 모 점포에서 일하는 30대 C씨는 "신림역 흉기 난동 이후 주변에선 '일 그만두면 안 되냐'는 소리까지 했었는데, 또다시 대낮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 너무 무섭다. 가게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을 갈 때도 겁이 난다"고 했다.
그는 "작년 사건 이후로 매출이 많이 줄었다"며 "여긴 사거리 근처라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고, 다른 가게들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결국 상권 이미지만 나빠지는 거라 말을 안 하고 싶다. 여러모로 힘이 든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접한 시민들도 대낮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 발생 지점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핏자국 좀 봐" "사람이 죽었대"라고 서로에게 얘기를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박모(30)씨는 "최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칼부림 사건이 자꾸 발생하는 걸 보면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낮, 그리고 도심은 안전할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는데 그 믿음이 깨지니 불안하다. 호신용품이라도 구입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신림역 근처에 산다는 김모(49)씨는 "집이 근처라 더욱 공포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원래도 밤에 잘 외출하지 않는 편인데, 이젠 더더욱 나가지 않을 것 같다"며 "저녁은 아예 집에서 먹으려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7월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조선(33)이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씨는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후 잠잠하던 서울에선 지난달 하순부터 다시 흉기를 이용한 강력범죄가 잇따랐다.
지난달 29일 은평구에선 일면식 없는 아파트 이웃에게 120㎝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백모(37)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달 31일엔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결혼을 앞둔 지인을 살해한 뒤 극단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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