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 동생 20년 넘게 학대한 누나, 1심 징역형 집행유예

기사등록 2024/08/14 14:20:06 최종수정 2024/08/14 15:36:54

종교적 이유로 장애 동생 방치·치료 거부 혐의

法 "퇴원 강하게 요구하고 주거지 오염도 심각"

"다만 고령에 초범…피고인이 처벌 원치 않아"

檢, 징역 2년 구형…"죄질 불량하지만 고령자"

[서울=뉴시스] 중증 정신장애인인 남동생을 돌보면서 종교적인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고 난방을 틀지 않는 등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누나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24.08.14.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 중증 정신장애인인 남동생을 돌보면서 종교적인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고 난방을 틀지 않는 등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누나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8단독 이준석 판사는 14일 오후 1시50분께부터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77)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진행한 뒤 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형을 선고했다. 장애인 관련 기관에 3년간 취업 제한도 명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유기 정도, 피해자 상태를 고려할 때 죄질이 불량하다"며 A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 판사는 "피해자 주거지 내부를 찍은 영상에 의하면 도저히 사람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였고, 피고인이 자녀 주거지 등에 살면서 피해자 주거지 방문에 최소한의 관리·감독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종교적인 이유를 내세워 피해자의 입원 치료를 거부했다가 피해자가 입원하게 되자 퇴원을 강하게 요구했다"며 "유죄가 인정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초범이고 77세 고령인 데다 피해자가 의료기관에 입원해 치료받아 건강을 상당히 회복했고, 피고인 처벌을 원하지 않아 처벌불원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01년부터 2022년 12월까지 남동생 B(69)씨의 보호자였지만 한겨울에도 난방을 틀어주지 않고 주거지에 대소변이 묻어 있어도 청소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등 기본적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B씨는 영양 불량으로 생명이 위중한 상태가 됐다. 하지만 유일한 보호자인 A씨는 '동생이 신의 구원을 받아야 한다'며 남동생에 관한 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지난해 9월 이를 검찰에 넘겼고, 서울동부지검은 보완 수사를 거쳐 지난해 12월1일 남동생 B씨를 긴급 구조하고 행정입원 조치했다.

지난 1월16일 검찰은 A씨를 불구속기소하고, 남동생에 관한 성년후개개시심판청구 등 법률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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