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독립기념관장 역사관 문제 들어 반대
광복절 경축식 불참도 선언해
대통령실, 건국절 추진 않는다며 설명해도
이 회장 경축식 불참 의사 바꾸지 않아
일각 "본인 추천 인사 임명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 시각도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이종찬 광복회장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놓고 광복절 행사 불참을 통보하는 등 대통령실과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이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잘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이 회장 아들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과 대광초, 서울대 법대 동창으로 죽마고우로 알려졌다. 이런 인연으로 윤 대통령은 이 회장과도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광복회 등에 따르면 이종찬 회장은 오는 15일 정부가 주관하는 제79회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같은날 오전 10시 백범김구기념관에서 37개 단체로 구성된 독립운동단체연합과 함께 자체적으로 기념식을 거행한다.
이는 국가보훈부가 지난 7일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임명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신임 독립기념관장 인선에 광복회가 반대하고 나선 것은 과거 김 관장이 친일 과거사 청산 부정과 1948년 건국절 등을 주장해 이른바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지난해 12월 자유민주를 위한 국민운동 행사에서 "대한민국이 1945년 8월 15일 광복됐다며 그게 광복절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역사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이종찬 회장은 지난 10일 광복회학술회에서 진행된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에서 "독립기념관장을 포함한 국책기관의 일련의 인사 사태는 이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일본의 식민지배를 모두 정당화, 합법화해주는 일"이라고 했다. 광복절 행사 불참 배경과 관련해선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하여 오히려 전전(戰前) 일본과 같이 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들어 이래서는 안되겠다 해서 마지막 수단으로 결단한 것이 경축식 불참"이라고 설명했다.
광복절 경축식이 반쪽짜리 행사가 될 가능성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이 회장이 주장하는 인선 철회와 관련해서는 김 관장 임명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고, 그가 ‘친일 인사’가 아닌 점 등을 들며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종찬 회장은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철회하지 않으면 경축식 참석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인사를 놓고 대통령실과 대립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본인이 추천한 인사가 임명되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함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독립운동가 후손 후보들이 탈락되고 임추위원인 본인이 독립운동가 후손인 지원자의 평가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후보에서 탈락한 독립운동가 후손 2명은 결과에 불복해 위원회 결정의 무효확인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12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인사는 독립운동 단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최초의 인사인 만큼 중요한데 그 최초의 인사가 이상한 작용에 의해 왜곡됐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선이) 국가 공모제도를 근본적으로 문란하게 했다"며 "이건 개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공공기관 선출제도 전체에 관한 문란인 만큼 이번 기회에 (전모가) 밝혀져서 공모를 하려면 똑바로 하든지, 신뢰가 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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