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업체 관련 정보 비공개 고수
45억원 인도적 지원에도 여론 싸늘
제조사 공개 등 신뢰 회복 조처 필요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국내 수입차 업계를 대표하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화재 사고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특히 1억원이 넘는 고가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사실이 알려지며, 품질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사고 이후에도 벤츠는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여전히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대해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자발적으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알리는 업체들이 나오고 있지만, 벤츠는 비공개 원칙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 측은 "경쟁 관계 등의 이유로 공급업체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배터리 셀은 벤츠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공급하는 여러 파트너사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며 "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배터리 모듈은 당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에서 생산한다"고 말했다.
벤츠 입장이 변함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불안은 계속 증폭되고 있다. 특히 중고차 시장에서 벤츠 전기차 매물이 급증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이달 1~7일 '내차 팔기 홈 서비스'에 등록된 전기차 중고 판매 접수 건수는 직전 주(지난달 25∼31일)보다 184% 증가했다. 이 중 10%는 일부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벤츠 EQ 시리즈였다.
벤츠코리아는 최근 주요 경영진이 벤츠 전기차 화재로 피해를 입은 인천 청라 아파트를 직접 찾아 주민들에게 45억원의 인도적 지원을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전기차 화재에 관한 책임과 근본적인 재발 방지가 아닌 도덕적 차원의 피해 구제에 그치고 있어서다.
업계는 벤츠코리아가 인도적 지원을 넘어 배터리 제조사 공개 등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일각에선 이번 전기차 화재로 잃은 신뢰를 빠르게 되찾지 못하면, 그동안 한국에서 쌓은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가 브랜드만으로 판매를 보장받던 시대는 지났다"며 "현재 한국 시장에서 '벤츠면 무조건 팔린다'는 공식은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벤츠코리아가 더 이상 '배터리 제조사 비공개' 입장을 고수할 때가 아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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