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한 대형마트가 고객에게 절도 누명을 씌운 것도 모자라 항의하는 고객에게 "경찰에 얘기하라"며 책임 회피를 한 정황 공개됐다.
9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제보자 A씨의 집에 별안간 형사 3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A씨에게 "마트에 절도 신고가 들어왔다"며 "부인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으니 경찰에 출두해 조사받으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대형마트는 아내 B씨가 만두와 케이크 등 약 7만7000원어치 물건을 훔쳤다고 신고했다. B씨는 당일 마트에 간 것은 맞지만 훔친 사실이 없다며 항변했지만, 경찰에 출석해 2시간가량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A씨는 아내가 그럴 리 없다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직접 대형마트를 찾아갔다.
해당 마트 보안팀장은 처음에 "CCTV에 B씨가 개인 가방에 물품을 담아 마트를 빠져나간 것까지 다 찍혔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가 CCTV를 확인해달라고 하자, 30여분 후 돌아온 보안 팀장은 당황한 얼굴로 "CCTV에 아무것도 안 찍혀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 마트 점장이 CCTV를 확인하더니 "충분히 신고할 만한 영상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아내에게 "만두는 쇼핑카트에 담았다가 매대에 돌려놨고, 케이크는 카트에 담은 적도 없다"는 말을 들은 A씨는 CCTV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으나 점장은 이를 거절했다.
이후 A씨 부부는 경찰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대형마트 측이 제출한 CCTV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에는 B씨가 케이크를 담는 장면이 찍혀 있지 않았다.
B씨는 경찰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잦은 방문과 이웃 주민들에게 B씨 사진을 보여주며 탐문을 해 동네에 절도범으로 소문이 났다고. 결국 B씨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응급실에 실려 갔고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마트로 다시 찾아가 절도 의심 정황을 재차 물었다. 그러자 마트 측은 "직접 판매한 직원이 고객이 카트에 케이크를 넣었다고 했다"며 "그런데 고객이 나가는 장면에서 카트에 물품이 없어 절도 의심을 했다. 의심할 만한 정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이 직접 판매한 장면은 영상에 없다"며 "판매한 직원을 만나게 하는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A씨의 항의가 이어지자, 마트 측은 "고객님께 죄송하다. 저희로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사과하면서도 "부인이 절도범으로 낙인찍혀 스트레스받으신 건 안타깝다. 그렇지만 저희가 의도한 게 아니다. 경찰하고 얘기하라"고 선을 그었다.
일주일 뒤 마트 측은 A씨에게 연락해 "도의적으로 30만원의 합의금을 드리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이에 대해 A씨는 "합의금을 요구한 적도 없는데 대뜸 돈 얘기를 해서 더 화가 났다"며 "300만원이든 3000만원이든 돈 받을 생각이 조금도 없다. 아내 병원비며 손해 본 건 많지만 감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에서 정확한 증거도 없이 고객을 절도범으로 몰아가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걸 참을 수 없어 제보했다"며 "자기들이 신고한 것에 대해 전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게 관례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태도가 제일 화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해 해당 마트 측은 '사건반장'에 "고객님께 거듭 사과드렸고 점검하고 있다"며 "다음부터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재발 방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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