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입장 취해온 단체, 95년 역사에 첫 공식 지지
"트럼프 공약이 라틴계 미국인에 피해 입힐 것" 우려
라틴계 주민 많은 경합 지역에서 각종 선거 지원 활동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라틴 인권 단체인 통합라틴미국시민동맹(LULAC)이 9일(현지시각) 이 단체의 95년 역사상 처음으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단체 지도자들은 과거 정치 후보 지지를 기피해왔으나 회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라틴계 시민들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내부 토론 끝에 만장일치로 이 단체의 정치활동위원회인 LULAC 아델란테 PAC 명의로 공식 지지 선언을 하기로 결정했다.
단체 지도자들은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가 라틴계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들을 더 잘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 PAC의 의장인 도밍고 가르시아 전 LULAC 의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그들이 우리 공동체와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미국 유권자의 10%를 차지하는 라틴계 미국인들은 대체로 민주당지지 성향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2020년 및 2016년 대선에서 라틴계의 표를 상당히 잠식하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대상이 돼 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기 전까지 라틴계 유권자의 상당수가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했었다.
라틴계 인권 지도자들과 선출직 공무원들이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결집하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의 저소득층 지원 예산 삭감 공약과 강경 이민 억제정책이 라틴계 주민들에게 해로울 것이라고 말한다.
LULAC 등 단체 지도자들은 해리스 후보의 등장으로 자신들의 지지 활동이 새롭게 힘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해리스 부통령을 더 많이 조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변화가 아직 충분히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참전 예비역 멕시코계 주민들이 텍사스 남부에서 설립한 LULAC는 다른 라틴계 인권 단체에 비해 보수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이번 해리스 후보 지지 선언을 계기로 네바다, 아리조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주 등 경합 지역에서 유권자 등록확대 및 가가호호 방문 선거 지원 등을 하게 된다.
이 단체는 전국적으로 535곳의 지부가 있으며 회원 14만 명 가운데 86%가 등록 유권자이며 이들 중 75%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투표했었다.
해리스 선거 캠프 매니저인 줄리 차베스 로드리케스는 성명에서 지지 선언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의 단합에 우리의 생명줄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시절의 대규모 멕시코계 미국인 추방을 본받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을 추진할 것으로 공약해왔다.
LULAC는 해리스 지지 선언에 앞서 트럼프 공약 해설을 발표했다. 발표문에서 트럼프의 교육 예산 및 사회보장 예산 삭감, 국경 폐쇄, 속지주의 시민권 부여 취소, 불법입국 아동에 대한 보호 폐지 등 공약이 라틴계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으로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