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화 환경부 차관 주재 전기차 화재 관계부처 회의
전기차 화재 5년 새 8배 가량 급증…"특단 대책 필요"
서울시 방안, 전국 도입은 어려울 듯…"현장 혼선 우려"
11일 정부에 따르면 12일 오전 이병화 환경부 차관 주재로 전기차 화재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킥오프 회의가 열린다.
회의에서 관계 부처들은 앞으로 내놓을 전기차 화재 예방 대책의 큰 틀과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정부는 다음 달 초까지 범부처 차원의 전기차 화재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지난 1일 발생한 인천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당시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벤츠 전기차가 폭발하면서 주변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고 주민 120여명이 대피했다. 지난 6일에는 충남 금산군의 한 주차타워에서 주차 중이던 기아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의 화재 발생 비율이 유독 높다고 할 순 없지만 최근 들어 화재 피해가 급증하는 추세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기차 화재는 2019년 7건→2020년 11건→2021년 24건→2022년 43건→2023년(8월 기준) 54건으로, 5년 새 8배 가량 급증했다.
때때로 정부가 전기차 화재 대책을 발표해오긴 했으나 화재 위험을 뿌리 뽑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환경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전기차 화재와 연관된 부처들이 다음 달 초 발표를 목표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에는 전기차 화재 진압 방안과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인천 지하주차장 화재가 스프링클러 미작동으로 피해 규모가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해 소방 관련 대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소방시설·설비 규정의 미비점을 살펴보고 질식소화덮개, 이동식 수조, 방사장치 등 전기차 화재 진압에 쓰이는 장비도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지하 3층'으로 설정된 전기차 충전기 설치 제한 층수를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전기설비규정을 개정하면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때 지하주차장 3층 이내 두도록 제한했는데, 이것이 일부 지방자치단체 조례나 소방 당국의 권고 기준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전기차의 과충전을 제한할 근본 방안들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충전기는 일정 수준까지만 충전되는 급속충전기보다 100% 완충이 가능해 과충전으로 이어지기 쉬운 완속충전기의 화재 위험성이 더 높다.
이런 완속충전기의 과충전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환경부는 전력선통신(PLC) 모뎀을 장착한 충전기에 40만원의 추가 보조금을 올해부터 지급 중이다.
PLC 모뎀은 전압, 전류, 온도 등 배터리 상태정보(SOC)를 전기차로부터 수집해서 충전기에 전달하는 일종의 '통신' 장치로, 충전기와 차량이 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다만 PLC 모뎀이 제대로 된 '통신'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개방돼야 차량으로부터 배터리 충전상태(SOC)를 비롯해 전압, 전류, 열화 정보(SOH) 등의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사의 고유 기술과 노하우가 담겨 있다는 이유로 BMS 개방을 꺼려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2024년 전기차 보조금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2025년부터 BMS에 담긴 배터리 안전 정보를 제공할 경우 30만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부터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충전정보(SOC)·열화정보(SOH), 배터리 전압·전류·온도 등을 제공할 경우 30만원의 보조금을 추가로 주겠다는 것인데, 제조사들의 배터리 안전 정보 공개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액 규모를 더 키울 수도 있다.
최근 전기차 공포가 확산하자 이미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 전압, 전류, 열화상태 등 7가지 주요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도'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가 안전기준에 부합하게 제작됐는지를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반드시 인증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서울시가 지난 9일 발표한 '완충 전기차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과 같은 방안이 전국 차원으로 확대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전기차의 배터리 잔량이 90%를 넘으면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입을 막도록 하는 방안을 권고하기로 했다.
제조사가 출고 단계에서부터 배터리 충전율이 100%에 이르지 않도록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설정하도록 하거나, 전기차 차주가 직접 설정을 통해 배터리의 최대 충전율을 80~90%로 제한한 다음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인증서를 교부 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서울시 대책을 전국 도입한다고 해도 실제 안착되기까지 현장 혼선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안전'과 '산업'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여러 차원의 대책들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