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탑승 시외·고속버스 확대 필요
보조수단 '장콜'도 지역 간 이동 어려워
장기적 관점서 이동권 체계 구축 필요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문효민 인턴기자 = "속초는 갈 수가 없어요. 열차도 안 다니고 버스도 없고. 아무것도 안 돼요."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김홍기(62·서울 은평구)씨는 한번 수도권 바깥으로 나가려면 진땀을 빼야 한다. 무더위 탓에 동해안 일대 피서지에는 인파가 몰리고 있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철길이 깔리지 않은 피서지로 향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휠체어 장애인들이 시외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은 KTX 등 열차뿐이다. 그마저도 KTX 선로가 연결된 강원 강릉시에는 어렵사리 접근할 수 있지만 열차가 다니지 않는 속초시까지 가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 경우 비장애인은 고속·시외버스를 타면 속초까지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 반면 시외버스 중 휠체어를 탄 채로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는 없다.
김씨는 "(선로가 없는) 경남 거제시나 통영시 등 아직 못 가본 곳이 많다"며 "기업에서 하는 장애인 여행 차량 지원 사업을 통해 지방에 몇 번 다녀오긴 했지만, 평소에는 아예 엄두도 못 낸다"고 털어놨다.
◆지역 이동 어려운 장애인콜택시, 적은 운행 대수 탓 대기 시간 길어
서울에서 김씨의 발이 되어주던 특별교통수단 장애인콜택시(장콜) 역시 한계가 극명하다. 서울에서 수도권 광역 장애인콜택시를 잡더라도 경기·인천시까지만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간 이동은 대기와 환승으로 더 번거로운 일이다. 김광백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국장은 "그나마 대도시는 장콜 운행 대수가 많고 지하철이 있지만, 중소도시는 지하철도 없는 데다 장콜 운행 대수도 적어 예약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콜이 지역별로 요금과 운영시간 등이 다른 점도 지역 간 이동에 어려움을 수반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국고 지원 예산 규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른 조례와 지침으로 운영되는 탓이다. 김 국장은 "지역별로 칸막이가 쳐져 있다 보니 운이 나쁘면 실질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이용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씨는 과거 지방 방문 때 하루 전에 장콜 예약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몰라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김씨는 "(지방에는) 콜 자체가 많이 없고 대기 시간이 길어 뭔가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시스템"이라고 토로했다.
방준호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대리는 "전국 단위 광역 이동 부분은 국토교통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면서 "출범 당시 국토부가 통합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을 시군에 조례로 맡겼기 때문에 광역 이동 시 혼선이 생기고 있다"고 짚었다.
◆휠체어 탑승 버스 확대 필요…"보조 수단 장콜 넘어 실질적 이동권 구현해야"
무엇보다 장애인콜택시 등은 특별교통수단은 보충적 수단일 뿐, 장애인이 이용가능한 시외·고속버스가 보편적으로 먼저 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애인도 동등한 시민으로서 비장애인과 더불어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탈 수 있도록 하고, 부족한 부분을 특별교통수단으로 보충해야 한다는 의미다.
장애인단체는 2001년부터 휠체어 탑승 시외·고속버스의 확대, 저상버스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현재, 지역과 지역을 오가는 시외이동권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특별교통수단을 통한 땜질식 처방이 아닌 장기적 관점으로 시외교통체계를 구축해야 시외이동권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장애인이 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면서 "이 당연한 일을 바로 현실화하는 것이 어려우니 임시방편으로 장콜을 만들어둔 것"이라고 짚었다.
전 교수는 "공공의 영역에서 정부가 어떻게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지가 관건"이라면서 "고속버스 사업 운영 주체가 (현 시외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거나 현재 형태라도 리프트가 장착돼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시설 개조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방식에 우리가 어떻게 인간의 권리라는 당연한 것을 반영하게 할지는 정부의 몫"이라며 "효율적으로 민간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게 유인, 시설 개조 비용 마련해 주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장콜로 시외이동권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애인 머릿수만큼 택시를 만들어야 한다"며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먼저 이용할 수 있게 해 두고 그래도 이용이 어려운 때에 장콜을 탈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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