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선 월 40만~60만원·홍콩 최소 월 77만원 지급
韓 하루 8시간 근무시 월 238만원 지급…3인 가구 소득 절반 줘야
싱가포르·홍콩 '1인당 GDP' 한국보다 각각 2.6배, 1.6배 더 높지만,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은 한국이 3배 이상 비싸
"가사도우미 오면 아기 낳으려던 부모들, 기대 물거품돼"
"최저시급 적용하니 도우미 비용 크게 올라…이용에 부담"
"홍콩, 싱가포르 거주 친구들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월 80~100만원에 저렴하게 이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너무 비싸게 줘야하니 부담됩니다." ('ㅁ' 맘카페 회원 B씨)
"주로 강남쪽으로 일하러 간다고 들었는데 (필리핀 가사도우미 제도를) 특권층만 누리는 것 아닌가요" ('ㄹ' 맘카페 회원 C씨)
'필리핀 가사도우미' 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최근 국내 입국한 가운데, 맘카페를 중심으로 어린 자녀를 둔 수요자들이 월 240만원에 달하는 가사도우미 월급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9일 회원수가 수백 만명인 몇몇 맘카페에서는 서울시가 시행하는 필리핀 가사 관리사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과 댓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ㅁ' 맘카페 iOOO 아이디의 회원은 "초기 의도와 다르게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너무 비싸져서 하나마나하게 됐다"며 "주변에 도우미 비용때문에 힘든 워킹맘들 많은데 필리핀 도우미 들어오면 하나 더 낳을까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 더 낳고 싶지만 너무 힘들고 도우미 비용이 부담되어서 주저 하던 사람들이다. 결국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했다.
'ㄹ' 맘카페 QOOO 회원은 "처음 (서울시) 의도는 홍콩에서 필리핀 입주 및 육아 도우미 월 120만원에 고용하는 것 보고 우리도 저렴하게 육아도우미 쓰면 저출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시작한 것"이라며 "그런데 최저시급을 주다보니 비용이 크게 올랐고, 서울시가 홍보는 해놨는데 안 할 수 없어 산으로 가다가 4시간 가사도우미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약 50년 전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한 홍콩과 싱가포르와 비교해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에서 주 5일 8시간을 고용할 경우 월 최소 77만원, 싱가포르는 40만~60만원만을 지급하면 된다.
싱가포르와 홍콩이 우리나라보다 각각 약 2.6배, 1.6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더 높지만, 가사도우미에 지급하는 임금은 우리나라가 3배 이상 높은 실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싱가포르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8만8447달러(약 1억2000만원), 홍콩 5만3606달러(약 7300만원), 한국 3만4165달러(약 4700만원)이다.
우리나라만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이 높은 이유는 최저임금 9860원을 시급으로 적용한 탓이다. 홍콩 시급(2797원) 대비 3.5배, 싱가포르(1721원)와 비교하면 5.7배 수준이다.
한국과 달리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최저 임금을 적용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제가 없는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최저 시급을 8개 파견국과 협의해 정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올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대부분의 중·저소득층에게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며 "결국이 비용이 장벽"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3월 개별 가구가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사적 계약 방식을 통해 ILO(국제 노동 기구) 협약을 우회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처럼 국내 이용자가 직접 고용 주체가 되고, 외국인 도우미는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에 가깝기 때문에 최저 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 초 법무부에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을 최저임금 이하로 책정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간병, 돌봄 자격증을 보유한 외국인을 특정 활동 전문직종(E-7)으로 인정해 '가사사용인'의 형태로 고용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가사사용인에게는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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