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고객 확보 지연 등 타격 우려
미래 먹거리 '자율주행차' 개화도 밀릴 가능성
"단기적 영향 있어…큰 흐름상 투자는 이어져야"
전기차는 일반 차량보다 5배 이상 많은 차량용 반도체가 필요해 반도체 업체들이 힘을 쏟는 분야다. 하지만 이번 포비아 현상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탈출이 늦어질 경우 고객사 확보는 물론 차세대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공급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메르세데스-벤츠(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3일간 차량 운행이 없었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충남 금산군의 한 주차타워 1층에서 주차 중이던 기아 전기차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전국에서 이 같은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며 전기차 화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포기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전기차 업계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일부에서는 차량용 반도체를 차세대 사업으로 추진하는 반도체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차량용 분야에서 화합물 반도체의 일종인 8인치 GaN 화합물 전력 반도체의 파운드리를 시작하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화합물 전력 반도체는 전기차에 탑재되며 전력을 변환하는 핵심 부품이다.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키파운드리를 통해 내년까지 8인치 GaN 화합물 전력 반도체를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는 당장 이들 업체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지만 성장성이 유망해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에는 반도체가 평균 200개가 들어가지만 전기차는 1000개의 반도체가 탑재되는 만큼 수익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 침체가 이어질수록 반도체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인 '자율주행차' 시장 개화도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본다. 전기차 시장이 안정된 후에야 자율주행차 수요가 생길 것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을 통해 자율주행 등 차량용 AI 칩 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잇단 전기차 화재로 반도체 업체들의 차량용 반도체 수요도 단기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단 전기차 시장 성장이라는 큰 흐름이 바뀔 정도는 아닌 만큼 차량용 반도체 투자의 큰 방향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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