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시스]김희준 기자 = 체력과 강심장은 한국 태권도 경량급 간판 박태준(20·경희대)이 세계 정상에 서는 원동력이 됐다.
올림픽 겨루기 세계랭킹 5위 박태준은 7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세계 26위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에 기권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러모로 한국 태권도에 의미가 깊은 금메달이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대회에서 끊긴 금맥을 다시 이으며 종주국 체면을 살렸다. 남자부로 범위를 좁히면 2008년 베이징 대회 남자 80㎏ 초과급의 차동민 이후 16년 만에 금메달이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남자 58㎏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최초다.
한국은 종주국임에도 남자 58㎏급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국가당 2체급씩 내보낼 수 있던 과거에는 한국이 한층 경쟁력이 있던 최중량급 위주로 선수를 내보냈다.
2010년대 이후 이대훈(은퇴), 장준(한국가스공사) 등 경량급 스타들이 등장했으나 전력 평준화 속에 올림픽에서는 정상에 서지 못했다.
박태준 이전에 올림픽 남자 58㎏급 최고 성적은 2012년 런던 대회 이대훈의 은메달이었다. 이외에 2016년 리우 대회와 2021년 도쿄 대회에서 각각 김태훈과 장준이 동메달을 수확했다.
실력이 비슷한 강자들이 즐비한 남자 58㎏급에서 박태준은 강인한 체력을 앞세워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키가 180㎝인 박태준은 180㎝ 중후반의 장신이 많은 58㎏급에서 체력을 키워 체격 열세를 극복했다.
박태준은 경기 초반 상대를 압박하며 체력을 소진하도록 한 후 약점을 노려 후반에 폭풍 득점을 올린다. 후반에 몰아칠 수 있는 것도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하다.
이 체급 세계 1위이자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와의 준결승에서 박태준은 1라운드에도, 2라운드에도 후반에 공격을 퍼부어 승리를 일궈냈다.
박태준도 준결승을 마친 뒤 "결승까지 오래 쉰다. 체력에 자신이 있어서 준결승에 올인을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풀어갔다"고 전했다.
결승전에서도 박태준의 득점 대부분은 라운드 중반 이후에 나왔다.
상대의 체력을 떨어뜨린 뒤 약점을 놓치지 않고 공격하는 것도 박태준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
'강심장'도 박태준의 강점이다.
태권도 종목 경기가 열리는 그랑 펠레는 경기장이 무척 크고 많은 관중이 들어차는 까닭에 긴장감을 가지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멘털이 강한 박태준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많은 관중을 보고 '여유'를 가졌다고 했다.
8강전을 마친 뒤 박태준은 "화면으로 경기장을 봤을 때 한쪽에만 관중이 있는 줄 알았는데 양쪽에 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도 "하지만 관중이 많은 것을 선호해서 더 힘이 나고, 관중을 보며 여유도 찾았다"고 되려 반겼다.
올림픽에 앞서 장준(한국가스공사)이라는 '큰 산'을 넘은 것도 박태준이 자신감을 한층 끌어올리는 발판이 됐다.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한국 최경량급 간판은 장준이었다. 장준은 도쿄 올림픽 동메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며 간판 스타로 우뚝 섰다.
고교 시절이던 2022년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박태준은 가파른 성장세를 자랑해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섰지만, 좀처럼 장준의 벽은 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장준과의 6차례 맞대결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2월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 58㎏급 국내 최종 선발전에서 마침내 장준을 넘어섰다.
각 체급 세계랭킹 5위까지는 올림픽 출전권이 자동으로 주어지는데, 한 국가에서 한 체급당 1명씩만 내보낼 수 있다. 남자 58㎏급에서 박태준이 5위, 장준이 3위라 결국 최종 선발전이 열렸다.
장준의 우위를 점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박태준은 예상을 보기 좋게 깼다.
힘든 과정을 거치며 더 단단해진 박태준은 금메달 쾌거까지 달성하며 경량급 세계 최강자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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