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10년간 연구용역 공개율 46.8%
현 정부 들어 공개율 뚝…올해는 더 저조
투입예산 2304억…'정책공론화 포기' 비판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70%가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가 행정편의주의·비밀주의에 빠져 정책공론화를 포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뉴시스가 입수한 '기획재정부 최근 10년간 연구용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가 2015~2024년까지 10년간 진행한 연구용역 1049건 중 442건만 공개됐다. 시스템 구축 등 공개 대상이 아닌 용역을 제외한 공개율은 46.8%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2015~2018년 50% 전후 수준이던 연구용역 공개율은 지난 정부 시절인 2019년 62.1%, 2020년 60.2%까지 상승한 바 있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회의 지적을 받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비공개로 돌린 결과다.
하지만 이후 2021년 완료된 54건의 연구용역 중 공개 건수는 19건에 그쳤다. 비공개 30건으로 비공개 연구가 공개 연구를 앞섰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22년에는 총 142건 가운데 단 40건만 공개됐다. 비공개는 96건으로 공개 연구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총 93건 중 28건만 공개됐다. 올해 완료된 연구용역 9건 가운데서도 공개키로한 연구는 단 한 건에 그쳤다. 비공개 6건, 해당없음이 2건이었다.
이에 따라 연구용역 공개율은 지난 2021년 38.8%에서 2022년 29.4%로 떨어진 뒤 2023년 331.8%를 기록했고 올해에는 14.3%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지난 10년간 연구용역에 투입된 예산은 2304억원에 달한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정책 수요자인 국민에게 연구결과를 감추고 극소수 공직자가 정보를 독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기재부는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방안', 상속세 제도의 유산취득세 개편을 연구한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등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주요 제도에 대한 연구용역을 마쳤음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금투세 폐지, 상속세 개편 등의 제도는 추진 중이다.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제42조에 따라 연구용역의 경우 2년 범위 내에서 비공개 기간을 정한 후 비공개 필요성을 재검토해 공개여부를 재분류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조민지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연구용역 결과는 시민의 공적자산이기 때문에 심각한 비공개 사유가 아닌 이상 연구용역 결과는 공개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 어떤 연구를 토대로 했다고 밝히는 것 또한 정책결정과정의 하나이며,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국민들에게 알려야하는 것인데 기재부가 이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국회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기재부는 의사결정 과정 중이라는 이유로, 또는 내부검토를 이유로 연구용역을 비공개하고 있다"며 "국민 혈세를 투입한 연구용역을 공개조차 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이자 정책 공론화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어 "기재부는 지나친 행정편의주의, 비밀주의를 타파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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