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 행사서 공개된 'AI 교과서'
도입 예정 실물 아닌 '기본 기능' 탑재한 연수본이나
교사들, AIDT 진단에 신뢰…"데이터 기반으로 판단"
'대시보드'에서 학급 수준 한눈에…맞춤형 지도 제공
[대구=뉴시스]김정현 기자 = '박찬용(가명) 학생이 과거 수업에 비해 급격히 학업 성취도가 저하되고 있습니다.' '정답률에 따라 기초 몇 명, 중간 몇 명, 하위 몇 명 학생들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보낼 수 있습니다.'
7일 교육부가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연 '교실혁명 콘퍼런스'에서 공개된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수학 중등 연수본이 화면에 표시한 문장이다.
'박찬용 학생'은 가상의 인물이다. AIDT 연수를 위해 더미(가짜) 학습 데이터로 만든 것이다. 연수본을 시연하던 임선하 대구 덕화중 교사가 AIDT 화면 내 '대시보드'에서 박찬용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클릭했다.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표시하는 화면에는 그간 문제를 풀었던 기록과 맞힌 문제, 틀린 문제가 한 눈에 들어왔다. 형성평가 문제 풀이 결과를 보니, 윗 줄에는 대체로 녹색으로 표시돼 있었는데 아랫줄에는 빨간색이 더 많아졌다. 문제를 최근 많이 틀렸다는 것이다.
이날 시연된 AIDT 연수본(프로토타입)은 선도교사 연수를 위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가 마련한 '뼈대'다. 내년 학교에 도입될 AIDT는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이고 연수본은 기본적인 기능들만 탑재한 형태다.
다만 학생의 문제 풀이 등 데이터를 토대로 수준을 진단하고 맞춤형 학습 경로를 자체적으로 제공한다는 AIDT의 기본적인 방향성은 구현돼 있는 모습이었다.
AIDT는 교사가 한 눈에 학급의 학습 성취도를 확인하고 종합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제시한다. 대시보드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도 바로 알 수 있다. AIDT가 스스로 분석을 해서 문장으로 제시한다.
상위권과 하위권은 어떻게 구별할까. 예컨대 AIDT 수학 연수본은 학생의 정답률, 문제 풀이 속도 등의 자료를 토대로 진단을 내린다고 교사들은 설명했다.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송은정 동국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AIDT는 문항반응이론에 기반해 학생들을 진단한다"며 "어려운 문제를 틀리면 쉬운 문제를 제시하고, 맞히면 더 어려운 문제를 제시한다. 수학은 6문제 이상을 풀면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는데 시중(AI 코스웨어)에서는 10문제 이상 제시해 여유를 둔다"고 했다.
지난 5월부터 이날까지 AIDT 연수본을 먼저 활용해 보고 다른 선생님들을 가르쳤던 선도교사들은 AIDT의 진단을 신뢰한다고 입 모아 말했다. 영어 연수본을 시연한 김미현 대구 동문초 교사는 "느낌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로 학생의 수준을 진단한다"고 말했다.
영어 연수본에는 맥락에 맞는 대화를 했는지 AIDT가 스스로 판단하는 기능도 있었다. 김 교사가 AIDT에 답변을 녹음하니 그대로 영어 문장으로 변환됐고, AIDT가 이를 판단해 맥락에 맞는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다.
교사가 수업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수학에서 점, 선, 면을 학습할 때 학교의 지도를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화면에 직접 판서하는 식으로 지도가 가능하다. 반대로 학생들이 직접 자료를 탑재해 교사,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고 수업하는 것도 가능했다.
부끄러워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영어, 수학, 정보 AIDT 연수본에는 '챗봇'(자동 응답형 AI 프로그램)이 탑재돼 있었다. 학생이 수업 관련 질문을 입력하면 답변을 바로 도출해 보였다.
이는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를 대체하는 신기술보다 '보조 교사'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간 교사가 시간과 공간, 학생의 특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하지 못했던 활동을 기술적으로 보조하는 기능에 초점을 둔 듯했다.
교육부에서 '청년교사 리더'로 활동 중인 장덕진 연구사(경기 평택세빛초 교사)는 "기존에 교사들이 써 본 민간 AI 코스웨어는 더 많은 기능이 있지만, 교육부 버전은 안전을 중시해서 10년 이상 검증된 기능만 쓰고 있다"면서도 "검인정이 되지 않아서 (AIDT) 실물을 아직 누구도 보지 못했지만 코스웨어를 써본 입장에선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준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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