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현대차가 태국에 전기차와 배터리 모듈 공장을 짓는다. 전통적으로 일본 업체가 지배해온 태국 자동차 시장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태국 투자위원회(BOI)는 7일 현대차의 현지 법인인 '현대 모빌리티(타일랜드)'가 신청한 전기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 공장 투자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BOI에 따르면 현대차는 태국 수도 방콕 남동쪽 인근에 10억 바트(약 387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조립 공장과 배터리 모듈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공장은 오는 2026년 초 가동이 목표다.
현대차 단독 투자는 아니다. 현대차는 현지 업체인 톤부리 오토모티브, 톤부리 에너지 스토리지와 함께 투자한다.
나릿 테르드스테라숙디 BOI 사무총장은 "태국의 강력한 기종 공급망을 통해 현대차가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의 최소 3분의 1을 태국 내부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태국에 전기차 공장을 짓는 것은 그만큼 태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인 태국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분야에서는 연산 400만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도 가파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태국은 올해 1분기 기준 동남아 전체 전기차 판매의 55%를 차지했다.
현대차의 태국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토요타와 혼다, 미쓰비시 등이 장악하고 있는 태국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빼앗아 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은 부담이다. 중국 BYD와 창청(Great Wall)차 등은 이미 올해 초부터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태국에서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를 판매 중이지만, 모두 한국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 물량으로 판매에 한계가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100% 자회사인 현대 모빌리티(타일랜드)를 설립하고, 현지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 태국 자동차 부품 제조사 아피코, 일본종합상사 소지츠와 합작으로 운영하던 반제품 조립(CKD) 생산 법인인 '현대자동차 타일랜드'는 설립 17년 만에 청산했다.
한편 이날 태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국 테슬라는 태국 공장 계획을 철회하고 충전소 사업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테슬라는 앞서 태국 공장 설립을 추진했던 고위 임원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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