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초등교사 선발 인원 늘어나
교육부 "1400명, 교사→늘봄지원실장"
지원 교사 없을 땐 대거 임용대기자 발생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윤석열 정부의 '늘봄학교'를 현실화할 인력수급 계획이 7일 발표됐다. 교육 당국은 내년도에 총 4245명의 초등학교 신규 교사를 충원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전년보다 1088명(34%) 늘어난 수치다. 초등 신규교사 선발 인원이 늘어난 건 '임용대란' 사태가 빚어진 지난 2018학년도(6022→4088명) 임용 시험 이후 처음이다.
7년 만에 이뤄진 초등교사 임용 증원의 배경은 '늘봄학교'다. 앞서 교육부는 늘봄학교 도입으로 발생하는 실무를 책임질 '늘봄지원실장' 2500명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교원 중 2500명이 지방직 공무원인 늘봄지원실장으로 전환하는 형식이다.
2500명의 교원이 내년에 한꺼번에 빠지는 건 아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뉴시스에 "단계적으로 2~3년에 걸쳐 늘봄지원실장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교육부의 계획은 내년도에 1400명의 늘봄지원실장을 선발하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현직 교원 중 1400명이 늘봄지원실장으로 전직해야 한다. 이로 인한 공백을 신규 교원으로 채우기 위해 내년도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늘린 것이다.
◆교사→늘봄지원실장…내년 1400명 확보될까
문제는 과연 1400명이나 되는 교원이 늘봄지원실장으로 전직할 의사가 있는가다. 서울시 내 한 초등교사는 "2학기부터 각 시도교육청이 (교원을 상대로) 늘봄지원실장 지원을 받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제 주변에서 이 자리에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없다"고도 말했다.
늘봄지원실장은 지방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각 시도 교육청에서 필요한 숫자를 충원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각 시도 교육청은 몇 명의 늘봄지원실장이 필요한지만 파악했을 뿐이다. 교사 중 늘봄지원실장으로 지원할 인원이 몇이나 될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이미 초등교사 임용이 이뤄진 상태에서 늘봄지원실장으로 전직하겠다는 교원이 없다면 임용시험 합격자는 고스란히 임용 대기 상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역시 "이 부분을 염려하고 있다"면서 "올해 2학기에 늘봄지원실장 선발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자칫 1000여 명의 초등교사 잉여 인력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흔들리는 교원수급계획도 문제다. 교육부는 지난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2024~2027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계획은 초등교사 신규 채용 규모를 2027년까지 2600명으로 감축하고 학급당 평균 학생 수를 15.7명으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대학 학생은 "당장 초등교사를 더 많이 뽑으면 교대생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언제 또 계획이 바뀔지 모르는 것 아닌가.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불안하다"고 했다.
◆교원단체, 일단 '환영'…"교사 수 줄어선 안 돼"
교원단체들은 초등교사 증원에 일단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늘봄지원실장을 대거 확보함으로써 교원의 업무가 분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늘봄지원실장의 역할과 책임, 늘봄지원실 운영 세부 방안을 선명하게 제시해 교원이 늘봄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에 늘봄지원실장이 일거에 배치되지 못해 일정 기간 교원의 업무가 증가하고 학교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교육지원청이 상시 모니터링과 인력 지원 강화 등을 통해 학교와 교원이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교원의 늘봄지원실장 전직으로 인해 교원 수가 줄어드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작년 기준 서울시 내 초등학교의 과밀 학급(교실당 학생 25명 이상)은 3500여 개에 달한다. 과밀 학급 해소를 위해서라도 초등학교 교사를 더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한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대변인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초등학교의 경우 늘봄학교를 만들 수 없는 과밀학급도 많다"며 "국가교육위원회는 조속히 적정 학급당 학생 수를 산정하는 기준을 정하고 체계적인 교원수급 기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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