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폭행에 분노해 부친 살해…'가정폭력 대응 실패' 지적

기사등록 2024/08/07 06:00:00 최종수정 2024/08/07 08:36:52

가정폭력, '집안일'로 치부되기도

피해자가 피해 고스란히 떠안아

[서울=뉴시스]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가정 폭력이 도화선이 돼 범행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권력이 가정폭력 범죄에 적절히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경찰 로고. 2024.08.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가정 폭력이 도화선이 돼 범행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권력이 가정폭력 범죄에 적절히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존속살해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현행범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전날 오전 0시30분께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있는 70대 아버지 B씨 집을 찾아가 흉기로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격분해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는 B씨와 관련한 가정폭력 신고가 최근까지 여러 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B씨에 대한 기존 신고 내역과 각각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알려지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 A씨와 아버지 B씨는 가정폭력 사건의 직접적인 관계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혈연관계라는 특수성이 작용하는 가정폭력을 공권력이 개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이 비극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차례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됐을 때 공권력이 개입해 이를 막을 만한 조치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공권력 개입이 실패한 여파가 자식에게 전가된 모양새"라면서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초기 개입했거나 적절히 대응했더라면 가해자가 살해당하지도 않고,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일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도 "가정폭력법의 목적은 가정유지지만, 아버지가 살해되며 가정이 파괴됐다"면서 "가정을 유지하는 데에 이 법률이 실효성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범죄가 반복적으로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이같은 살인 등 강력 범죄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 초기 신고 단계부터 공권력의 강력한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연구관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경우 '나만 참으면 그냥 어떻게든 지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처벌을 불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해자 입만 바라보고 가해자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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