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최근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큰 피해를 줬다. 심각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전기차 화재 위험성을 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며, 전기차를 기피하는 '포비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나 고층빌딩 지하 주차장은 입구가 좁고, 차들이 밀집해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막자는 의견까지 나오며 전기차 차주들의 반발도 나타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로 진압이 쉽지 않고, 유독 가스를 대량 방출하는 전기차 화재. 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는 불이 나지 않는 안전한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아직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
그렇다면 당장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어떤 방안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를 꼽는다.
◆①전기차 충전 '장소' 변경
현 상황에서 아파트나 고층 빌딩의 전기차 화재 피해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기차 자체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기차 차주에게 심각한 불편을 유발한다. 가뜩이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잘 팔리지 않는 전기차 시장을 더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일단 전기차 화재의 대부분이 충전 중에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전기차 충전소를 1층이나 비교적 소방차 진입이 쉬운 지하 1층으로 옮기는 방안은 가능하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아파트 단지 지상 화단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며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인 고층 빌딩은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화재를 확산을 막을 방재 설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과충전 방지'…완속 충전기 보급 확대
전기차 배터리 충전 시 급속이 아닌 완속으로, 그것도 최대 80% 정도만 충전하면 배터리 화재 위험을 대폭 낮출 수 있다. 배터리 충전율을 낮추면 배터리 수명까지 늘어나는 일석이조 효과도 가능하다.
문제는 현재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30만대 가까운 완속 충전기에 과충전 방지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차주가 충전을 도중에 중단하지 않으면 배터리가 100%까지 충전된 뒤에도 계속 전류가 흘러 배터리를 불안정하게 한다.
정부가 올해만 800억원 예산을 배정해 완속 충전기에 과충전 방지 기능을 넣으면 대당 40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전국의 모든 완속 충전기를 바꾸기까지 예산도 부족하고 시간도 한참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단독주택 중심의 해외와 달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거주 형태가 많은 한국에서는 지하 주차장 충전 시설은 불가피하다"며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별도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전기차 과충전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충전 과금 방식 바꿔야
전기차 차주의 과충전과 지상 주차를 유도하기 위해 충전 과금 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의견도 있다.
배터리를 80% 이상 충전하면 일반 요금보다 훨씬 높은 요금을 물려 차주들이 과충전하지 않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또 전기차가 충전 이후에도 계속 지하 충전소에 주차하면, 주차비를 별도 부과해 지하에 오래 세워놓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전기차 차주가 자주 차량을 옮겨야 해 불편할 수 있지만, 전기차의 지상 주차를 유도해 지하 화재 위험은 크게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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