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상징공간' 후보지 연구용역…광화문광장은 빠져

기사등록 2024/08/06 06:00:00

국토부·국건위, 국가상징공간 후보지 12곳 제시

정동·서울역·용산공원·현충원 등 우선순위 검토

국토부 "대상지 미정…연말까지 종합 검토·논의"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가상징 공간 조성 관련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광화문 광장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 논란과 관련해 "마음을 열어 놓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찬반 의견을 고려해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4.08.06.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을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시민 의견을 한창 수렴하는 가운데 정부가 별도로 국가상장공간 후보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내용의 연구용역을 공고하고 나섰다.

연구 제안 내용에는 잠정 도출된 후보지 12곳 중 광화문광장은 빠져있어 정부와 서울시 사이의 신경전이 재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와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는 최근 나라장터에 '국가상징공간 선도사업 추진방안 연구'를 긴급공고로 올렸다.

제안요청서를 살펴보면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할 후보지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국민 체감성이 높고 혁신적인 장소를 발굴해 정책추진방향을 구체화한다는 것이다. 연구기간은 계약일로부터 5개월, 예산은 4000만원이다.

대상지로는 선행연구에서 잠정 도출된 후보지 12곳 중 우선순위를 검토한다고 제시했다. 후보지는 ▲정동거리 ▲서울역 ▲용산공원~국제업무지구 ▲한강대로 ▲현충원 ▲낙성대 일원 ▲DMC/월드컵경기장 ▲김포국제공항 ▲평화문화진지 ▲태강릉/선수촌 ▲망우역사문화공원 ▲올림픽공원/몽촌토성이다.

서울시가 국가상징공간 조성 대상지로 강력하게 주장해온 광화문광장은 후보지에서 빠졌다. 다만 제안요청서에는 "상징공간에 대한 추가 후보지 검토"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을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할 대상지로 강력하게 내세운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국건위와 국토부, 서울시는 지난해 9월 3자 업무협약(MOU)을 맺고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구현하고 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지난 6월 광화문공장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고 예산 110억원을 들여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됐다.

[서울=뉴시스] 원희룡(왼쪽부터)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권영걸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9월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코리안리 빌딩에서 열린 국가상징공간 조성 관계기관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8.06.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이후 국토부와 국건위는 서울시에 '국가상징공간 보도 정정 및 업무협약 준수 요청' 공문을 보내 관계기관 간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정보도 및 재발방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초대형 태극기'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서면서도 여전히 대상지로 광화문광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5일부터 오는 15일까지 홈페이지에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독자행보를 계속 해나가고 있다.

의견수렴 결과를 토대로 11월까지 설계공모, 내년 4월까지 기본·실시 설계를 추진하고 같은 해 5월 착공, 12월 준공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정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20인 내외의 전문가 설문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시급성과 부합성, 상징성, 효과성 등 우선순위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 근거를 갖고 역사거점형, 공원광장형, 문화자산형 등 유형별 조성방안을 마련해 정책 추진에 협의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2곳의 후보지 중 광화문광장이 빠진 이유에 대해 "명시된 후보지는 일종의 레퍼런스(참고사항)로 보면 된다"면서도 "광화문광장을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려는 서울시의 강한 의지를 잘 알고 있지만 대상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연구용역이 끝나는 연말까지 서울시의 의견도 종합적으로 수렴해 대상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광화문광장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 간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문재인정부 당시에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두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간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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