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등록 전기차 21.4% 경기도
지하주차장 화재 시 진압 어려워
"안전 담보할 최소한 장치 필요"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인천 청라, 충남 금산 등 곳곳에서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전국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도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진압이 어려워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책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7일 경기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경기도내 등록 전기자동차(5월 기준)는 12만7098대로, 전국 전기차 59만1597대의 21.48%에 해당한다. 5년 전인 2019년 5월 8549대보다 1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광역 시도별로 보면 서울 7만6551대, 인천 4만5136대, 제주 4만1519대, 경남 4만854대, 부산 3만8422대, 대구 3만1586대 순으로, 경기도 등록 차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화재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도내 전기차 화재 현황을 보면 2019년 2건, 2020년 2건, 2021년 5건, 2022년 11건, 2023년 19건 등 증가 추세다.
2022명 1명, 2023년 3명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으며, 재산피해액도 2019년 약 7888만원에서 2023년 약 4억2053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배터리'에 불이 붙을 경우 진압이 어려워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분이다.
리튬배터리는 하나의 셀에 불이 나면 도미노처럼 다른 셀로 옮겨붙는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온도가 순식간에 최대 1000도 이상으로 치솟고, 연쇄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더군다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건물,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등 전기차 충전시설과 전용주차구역이 주로 지하주차장에 설치돼 화재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인천 전기차 화재에서도 지하주차장이라는 폐쇄적 공간 특성이 피해를 키웠다.
전기차 화재의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은 이동식 수조에 전기차를 담그는 것이지만, 이번 화재에서는 지하주차장에 대형 장비 반입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쇄 폭발과 유독가스 배출, 연기 등으로 인해 지하주차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 질식소화덮개나 차량하부 냉각소화 방식도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이에 지하주차장에서의 전기차 화재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실상은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황춘식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화재예방과 주임은 "50층 이상 아파트, 철도·공항시설 등 성능위주설계 대상의 경우 법적 근거에 따라 전기차 주차구역을 원칙적으로 지상으로 하고, 지상 설치가 불가할 땐 지표면 가까운 곳에 마련, 주차구역별 방화구역 설치, 질식소화포 비치 등 가이드라인이 있다. 하지만 그 외에 건물에 대해서는 안전대책을 권고할 뿐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라고 말했다.
황 주임은 "건축허가 동의할 때 매뉴얼을 권고하지만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다. 지하에 전기차 주차장을 마련할 경우 최소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방지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방관 출신인 윤성근(국민의힘·평택4)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 부위원장은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데다 리튬배터리 열폭주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지만, 아파트와 고층건물 위주인 우리나라 특성상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충전 및 주차시설을 대체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 부위원장은 "현행법상 전기차 충전 및 주차시설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는데, 법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피해와 불안감은 오롯이 도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법 규제를 통해 시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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