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 “베트남 수로 의존도 감소” vs 베 “중국 영향력 확대”
中 군함 이용 ‘이중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중국의 지원을 받아 건설되는 캄보디아의 대규모 운하가 지정학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캄보디아는 5일 메콩강 하구에서 해안까지 약 180km 길이의 푸난 테초 운하 기공식을 연다. 캄보디아는 베트남에 대한 교통 의존도를 줄이는 등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 운하 건설로 베트남은 미국과 더 가까워지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홍콩 사우츠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보도했다.
이 운하의 건설비 17억 달러의 일부는 중국이 지원한다. 중국도로교량공사(CRBC)는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캄보디아 정부와 운하에 대한 투자 프레임워크 협정에 서명했다.
캄보디아 국제 화물의 약 33%가 메콩강을 통해 베트남 항구를 이용한다. 캄보디아 부총리인 순 찬톨은 지난 5월 로이터통신에 푸난 테코의 목표는 화물 운송량을 10%로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완료까지 약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최소 11개의 교량과 3개의 수문 시스템이 포함된다.
중국 서부에서 발원한 메콩강은 길이 4350km로 5개국을 거쳐 베트남 국경에서 남중국해로 흘러든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이 운하를 ‘역사적인 프로젝트’라고 부르며, 동남아시아 국가가 자신의 코로 숨쉴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물 안보와 곡창지대인 메콩 삼각주 지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은 이 프로젝트가 지역 수자원 관리와 농업 뿐 아니라 안보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이 운하에 대한 투자를 통해 친중 국가인 캄보디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나아가 동남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독립 싱크탱크 안바운드의 저우차오 연구원은 “푸난 테초 운하가 중국에게 캄보디아는 물론 동남아 전역에서 경제적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우 연구원은 “운하를 둘러싼 논란은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영향력이 계속 증가하는 것에 대한 미국과 베트남의 경계심과 저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미국과 베트남을 더욱 가까워지게 하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대한 베트남의 입장을 강화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BRC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중국의 인프라 주도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캄보디아의 국가 개발 전략을 결합한 중요한 성과로 제안했다.
지난 3월 베트남의 국영 동양연구소는 이 운하가 ‘이중 용도’가 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즉, 중국 군함이 운하를 이용해 캄보디아 내륙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고 베트남 국경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몇 분석가들은 운하가 대형 해군 장비를 운반하거나 선박을 은밀하게 이동시키는 데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견해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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