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수용자, 구치소서 사망…인권위 "건강권 침해" 판단

기사등록 2024/08/05 12:00:00 최종수정 2024/08/05 12:56:52

고혈압 등 만성질환 앓고 있던 수용자 지난 4월 사망

"장기간 금치로 몸 쇠약하지만 응급상황 대비 안해"

인권위 "만성질환 수용자 관리 프로그램 개선해야"

[서울=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던 고령의 수용자가 교정시설 내에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고령자·만성질환 수용자 관리 프로그램 개선, 건강 취약 계층 수용자의 징벌 제한 및 건강상태 확인 강화 등을 권고했다.

5일 인권위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정신질환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던 68세의 수용자다. 진정을 제기한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구치소 측이 응급상황 발견 및 사전대응을 소홀히 해 지난 4월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A씨가 구치소 입소 이후 소란행위 등을 이유로 과도하게 수갑, 금속보호대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진정실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구치소장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A씨가 장기간 금치로 몸이 쇠약해져 충분한 진료를 받고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었어야 하나 구치소장은 그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진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구치소장은 "A씨가 소란을 피워 보호장비를 착용케 했으나, 이후 사망일까지 보호장비 사용 사실이 없으므로 과도한 보호장비 착용에 따른 사망이라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구치소 근무자가 지난 4월13일(사망 전날) 저녁 배식 이후 피해자에게 컨디션을 물었을 때 괜찮다고 했다"며 "A씨가 오전 6시27분께 기상하지 않고 엎드려 누워 있는 것을 근무자가 발견 후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오전 6시33분께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응급실로 이동한 바, 응급조치 상에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구치소장이 수용자의 교정·교화보다 교정 질서만을 우선시한 징벌을 실시해 A씨의 건강권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부검 소견은 "급성심장사의 유인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인체에 스트레스를 가할 수 있는 경우 즉 정신적 흥분, 과로, 노동, 과음, 과식 등"이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인권위는 장기간 보호장비 착용 및 진정실 수용 시 A씨에 대한 건강 상태 확인 등 보호조치를 소홀히 했다며, 고령 수용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조사수용, 금치, 보호장비 사용 등이 이뤄지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씨가 사망한 사실에 유감을 표하며 교정시설 내에서 불행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무부장관 및 해당 구치소장에게 "만성질환 수용자 관리 프로그램을 교정시설 현실에 맞게 개선·시행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한편 인권위는 교도소 공중보건의가 수용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진정에 대해서도 해당 교도소장에게 공중보건의에 대한 주의 조치 및 인권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수용자 B씨는 공중보건의가 "당신을 평생 이곳에서 썩게, 가석방도 안되게 엄벌 탄원서를 내줄까" 등의 발언을 했다고 진정을 제기했으며, 인권위는 현장 교도관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B씨의 주장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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