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 논란에…韓 반도체도 예의 주시
메모리 슈퍼사이클 한편으론 AI 거품론 우려
거품론으로 투자 위축되면 메모리에 찬물 끼얹는 격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서버 구축에 필요한 메모리를 생산 중인데, 한국은 반도체 차세대 동력으로 AI 반도체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특히 일정 주기마다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사이클(경기 순환)' 산업이라는 점에서, AI 거품론은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전체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는 올 상반기 AI 열풍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202.81% 증가했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상반기 6조2844억원 손실에서 올해 8조354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급격한 실적 반등은 올 들어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인상된 결과로, 이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이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끈 주역은 당연히 '빅테크(기술 대기업)'이다.
생성형 AI를 개발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AI 반도체 등 프로세서와 다양한 종류의 메모리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범용 제품 역시 메모리 업계가 최근 1년간 감산을 이어온 만큼 올 상반기 꾸준한 가격 상승을 보였다.
PC용 범용 D램(DDR4 8Gb) 제품은 지난해 8월 1.30달러 최저치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7월 2.10달러 수준까지 올라섰다. 메모리 수요 업체들의 재고 조정도 대부분 끝나, 업계에선 메모리 업황 호조가 2025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장밋빛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경기 변동은 '호황→이익 증가→투자 증가→공급 과잉→이익 감소→불황→투자 감소→공급 부족→호황' 순으로 전개된다. 이는 반도체 경기가 수요뿐 아니라 공급(투자)에 의해서도 추세 급반전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AI 거품론까지 가세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일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업계의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62%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투자금액은 대부분 HBM에 집중되지만, HBM도 현재로선 공급 과잉 가능성이 거론된다. 범용 D램과 낸드 역시 한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추가 투자가 나오고 있어, 장기 업황이 부정적이라는 우려가 들린다.
여기에 ‘AI 투자 회의론’으로 빅테크들의 투자가 멈춘다면 메모리 시장에는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실제 AI를 제외하면 반도체 회복세는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PC나 스마트폰 같은 수요처의 이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D램 시장의 경우 공급업체들이 계약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상해 일부 PC 업체들은 조달 비용의 과도한 상승을 피하고자 조달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신학기 시즌은 물론 크리스마스 성수기에도 판매를 비관한다"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것도 우려할 대목이다.
통상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은 과거에는 2~3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1년6개월 정도로 이 주기가 짧아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시장의 최저점을 지난해 1분기로 보는데, 이를 기준으로 보면 올 하반기가 호황의 막바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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