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당장 아이들 등교부터 학원까지 어떡할지 막막하기만 하네요.”
2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정문. 하루 전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아파트에 전력공급이 끊어지자 입주민들은 폭염 속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입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에 대비할 새도 없이 저마다 중요한 물건들을 챙겨야 걸음을 옮겼다. 몇몇 주민들은 급하게 짐을 꾸려 케리어를 끌고 나왔고, 다른 주민들은 서둘러 박스에 물건을 담아들고 있었다.
일부 입주민들은 걱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아파트 정문에 마련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았다.
일부 부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었고, 노부부는 손주를 돌보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대피소 앞은 마치 작은 피난처처럼 북적였다.
주민들은 서로의 상황을 확인하며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려는 듯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 입주민은 “사고 현장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 TV에 내 차도 나와 있었다”며 “지금 감식 작업으로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며 “보상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화재로 정전과 단수 사태가 벌어지자 상당수 입주민들은 임시대피소나 지인 또는 친척 집으로 피난을 떠났다.
인천시 서구와 대한적십자사는 임시거주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입주민들을 위해 행정복지센터 등지에 임시 주거시설을 마련했다. 이날 오전 6시 30분 임시 주거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입주민은 모두 46세대 121명 등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복구 시점이 불투명해 당장 아이들의 등교와 학원 문제를 걱정하는 입주민도 많았다.
또 창문을 열어놓았던 집들은 집안에 밀려든 분진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집 안 곳곳에 내려앉은 분진을 청소할 수 없어 전문 업체에 청소를 맡기기도 했다.
입주민 김모(40·여)씨는 “지금 친정에 아이들과 함께 머물고 있지만, 당장 아이들 학교 문제와 학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복구시점을 알 수가 없어서 어떡해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최모(50대)씨는 “부엌 쪽의 작은 창문을 열어놓고 있었는데 분진이 집안으로 밀려들어 혼자 힘으로 치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라며 “일단 전문 청소업체와 상담을 진행했고, 계약금을 이체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15분께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흰색 벤츠 차량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 이내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인력 323명과 펌프 차량 등 장비 80대를 동원, 8시간20분만인 같은날 오후 2시35분 불을 완전히 껐다.
화재와 함께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검은 연기가 아파트 단지 전체를 뒤덮자 주민 103명은 옥상 등으로 대피했고, 135여명의 주민이 소방대원에 구조됐다.
이날 오전 10시께 경찰과 소방당국 등 관계기관들은 합동감식을 벌였다. 화재가 발생한 현장은 참혹했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 인근에 주차된 차량들은 완전히 전소돼 마치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다. 지하주차장 천정은 내려앉아 있었고, 잔해 속에서는 여전히 열기가 느껴졌다. 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러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불길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검게 그을린 흔적만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차량의 유리창은 녹아내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타이어는 불에 타버려 검은 재만이 남아 있었고, 철제 구조물마저 화재 열기로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이 사고로 영유아를 포함한 22명의 입주민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또 차량 40여대는 불에 탔고 100여대는 그을림 피해 등을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소방당국은 조사를 통해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과 경찰 등은 오는 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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