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월 인하 시사…日 4개월 만에 금리 인상
원·달러, 하락 전망…8월 하단 1360원
엔화 강세에 원·엔 900원대서 등락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일본은행(BOJ)은 넉 달 만에 '깜짝' 금리 인상에 나섰다. 여기에 영란은행까지 4년 만에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사흘 새 20원 넘게 급등했고, 원·달러도 10원 가까이 등락하며 출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그널과 정치 상황, 일본의 통화정책 긴축 강도에 따라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본다. 원·달러는 이달 중으로 점차 레벨을 낮추며 1360~1380원 사이에서 등락하고, 원·엔은 900원대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일 대비 5원 오른 1371.2원에 장을 마치며 사흘 만에 올랐다. 지난달 초만 해도 1400원을 넘보던 원·달러는 지난달 31일 하루 만에 8.8원 빠졌고, 이달 1일에는 10.3원 급락한 후 소폭 되돌림을 보이는 모습이다.
최근 원화 강세 배경에는 주요국들의 금리 정책 차별화가 자리잡고 있다. 스위스와 캐나다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줄줄이 금리 인하를 결정한데 이어 미국은 7월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 9월 인하를 시사했다. 여기에 지난 2일에는 영국도 4년 만에 금리를 낮췄다.
반면 일본은 긴축 강도를 높였다. BOJ는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17년 만에 포기하더니, 지난달 31일에는 '깜짝' 인상을 단행했다. 이 결과 일본 단기 이에 따라 일본 단기금리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 0.3% 전후였던 지난 2008년 12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0.25%가 됐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는 환율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달러값은 미국의 9월 인하를 선반영해 일찌감치 내려온 상황이다. 지난달 초만해도 106선이던 달러지수는 중순 이후 104선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엔화다. 당초 시장에서는 BOJ가 7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확률을 30% 내외 수준으로 봤다. 하지만 시장 예상 달리 BOJ가 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엔화값은 수직 상승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달러당 160엔대서 움직이던 엔화값은 149엔대로 직행했다.
원화는 엔화 강세에 동조화되면 원·달러는 두달 만에 1360원대로 내려왔다.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도 원화값에 힘을 실었다. 지난주 공개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집값 우려가 강조되면서 한은의 8월 인하 가능성보다는 4분기 이후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한 열쇠도 엔화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이미 환율이 반영됐지만, 엔화값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다. BOJ가 점진적으로 금리를 높일지, 본격 긴축에 나설지에 환율의 향방이 달렸다는 얘기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달러는 9월 인하가 선반영되면서 큰 변동이 없지만, 엔화 절상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중동 리스크가 높아진 점도 엔화 매력을 높였다"고 봤다. 그러면서 8월 원·달러 예상 범위를 1360~1380원으로, 원·엔은 900원을 하단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기 부진에 BOJ의 연내 추가 인상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엔화의 급격한 반등이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BOJ가 상당기간 유동성 공급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엔화값이 다소 과도하는 해석도 나온다. BOJ 정책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하 강도와 대선 후보들의 정치 공약 및 지지도 등 정치 불확실 등에 영향받아 환율이 변동성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원·달러는 원화 대비 달러화가 과대 평가됐다고 판단되며 8월 중 하락에 무게를 둔다"면서 8월 하단을 1360원으로 제시했다. 원·엔에 대해서는 "엔화 약세가 변곡점을 지났지만 향후 엔화 상승은 더딜 것"이라며 예상 범위로 877~946원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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