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2년만에 北 수해 지원 제의…"北, 조속호응 기대"(종합)

기사등록 2024/08/01 18:15:19 최종수정 2024/08/01 20:58:52

한적 명의로 언론 통해 의사 밝혀…남북협력기금 활용

지원 품목·규모·방식 협의 거쳐 결정…北 수용 '미지수'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 폭우 피해 현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쳐) 2024.07.2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정부가 최근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북한에 긴급 필요 물자를 지원하겠다고 제의했다.

박종술 대한적십자사(한적) 사무총장은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폭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총장은 "우리 측은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어려움에 대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북한의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지원 품목, 규모, 지원 방식 등에 대해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으며 (북한 측의)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대북 수해 지원 제의는 지난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수해가 아닌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위해 2022년 5월 권영세 당시 통일부 장관 명의로 실무 접촉을 제안하는 대북 통지문을 발송한 바 있지만, 당시 북한 측은 이에 반응을 하지 않자 지원이 성사되진 않았다.

정부는 이번에 대북 통지문 발송이나 국제기구를 통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수해 지원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대남기구를 정리하면서 남북한 소통 채널이 전면 차단된 데다,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은 절차상 시간이 소요돼 수해와 같은 신속한 지원을 요하는 긴급구호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측의 대북 수해 지원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황을 예단하지 않겠다. 우리 측 제의에 호응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우리 측 제의를 받아들인다면 북한 내 수해 현황을 먼저 파악한 뒤 한적을 통해 실무 접촉하거나 통지문을 주고 받는 식으로 지원 품목, 규모, 지원 방식 등을 협의해 나가게 된다.

이재민 긴급구호에 필요한 비상식품과 의약품 등이 우선 고려될 것으로 보이며, 재원으로는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한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모든 수해 피해를 밝히진 않았지만 상당한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재민 긴급 물자를 중심으로 북측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다. 협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재외공관을 통한 제3국에서의 협의 등 모든 방식이 다 열려 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7일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해 강 하류에 있는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 섬 지역이 큰 피해를 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소집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용납할수 없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 매체가 침수로 5000여명이 고립됐으며 4200명이 구조됐다고 보도한 점에 비춰 1000명 안팎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또 물적 피해로는 4100여 세대와 농경지 3000정보를 비롯해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 등이 침수됐다고 밝혔지만, 압록강이 지나는 자강도와 양강도 역시 수해를 입은 것으로 보여 이 지역 피해까지 합하면 북한 매체 발표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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