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원 0명' 대 끊긴 수련병원 속출…"지방 더 심해"

기사등록 2024/08/01 10:00:36 최종수정 2024/08/01 13:24:51

빅5 병원 전공의 지원 50여명으로 확인

대다수 수련 병원 지원자 1명 또는 0명

이번 모집 실패로 의료공백 장기화 우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4.07.2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31일 마감된 가운데 대다수 수련 병원에서 지원자가 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마저 지원자가 50여 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126곳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지원자가 0명이거나 한 자릿수에 그친 곳이 속출했다.

전공의 2883명을 선발할 계획이었던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가톨릭중앙의료원 등 빅5 병원은 총 지원자가 50여명에 그쳤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인턴과 레지던트를 합쳐 5명이 지원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지원자가 10명 안팎이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지원자가 5명이었고, 서울성모병원 등 8개 수련병원을 둔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4명이 지원했다.

서울을 벗어나면 지원자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전날 6시 기준 원주세브란스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가천대 길병원, 원광대병원 등은 지원자가 0명이었다. 지방 국립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남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북대병원 등은 지원자가 없었고, 경북대병원을 비롯해 칠곡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동국대 와이즈 캠퍼스, 파티마병원 등 대구·경북 지역 수련병원 7곳을 통틀어 지원자가 단 1명뿐이었다.

정부는 전공의 이달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사후 구제나 선처는 없다"는 강경 입장을 수 차례 밝혔다. 하지만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5개월 동안 행정제재 등의 마감 시한만 6차례 제시했다. 정부가 강경 입장과 물러서기를 반복하는 사이에도 전공의들은 복귀에 무관심했다.

또 의대교수들의 전공의에 대한 '수련 보이콧' 확산도 전공의 모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9~25일 전국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설문조사'결과 의대 교수 3039명 중 50.2%(1525명)가 하반기 전공의 수련 모집 과정에서 전공의를 아예 뽑지 않겠다고 답했다. 또 '전공의 일괄 사직 및 하반기 모집 후 교수와 전공의 관계'에 대해선 90.6%(2754명)가 '매우 부정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보이콧 자체는 전공의들의 수련 기회를 막는 것"이라며 "(보이콧) 행위가 만약 발생한다면 여러 가지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고자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지만 하반기 전공의 지원을 끌어내지 못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낮은 지원율로 마감되면서 연내 해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의료현장은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떠난 이후 진료와 수술을 대폭 줄이면서 버티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 충원 없이 남은 의료진이 업무 부담이 더욱 늘어나 의료 공백이 심화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정부는 전공의 없는 병원, 즉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는 지난 5월 1차 회의를 열고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보상 개편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구체적인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및 향후 의료인력 수급 추계 방안을 포함한 1차 의료개혁안을 이달 발표한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의개특위에 참여하는 의료진, 환자, 소비자, 보건의료 단체가 의료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진정성 있게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논의가 되는 대로 구체적 방안을 발표하고 대책이 아니더라도 전문위에서 나온 논의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