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이 하나마나' 전남 왕우렁이 사업 실태 부실 조사

기사등록 2024/07/28 07:00:00

함평 '허위·대리 사업 신청' 의혹에 전수실태 파악

신청 실태·보조금 집행 경위는 면밀히 조사 안 해

현장 조사 없이 각 시군에 공문 보내 형식적 확인

'무작위 공급 확인' 경남과 대조…道 "개선점 검토"

[함평=뉴시스] 김혜인 기자 = 1일 오전 전남 함평군 나산면 한 마을에 왕우렁이 공급확인·보조금 지불 동의서가 놓여있다. 2024.07.01. hyein0342@newsis.com

[무안=뉴시스]김혜인 기자 = 친환경 제초법으로 각광받는 '왕우렁이'를 농가에 공급하는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르면서 전남도가 전수 실태 파악에 나섰으나 알맹이 없이 형식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28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주 동안 도내 21개 시·군(목포시 제외)을 대상으로 왕우렁이 공급 사업 실태 조사를 벌였다.

일부 지역에서 왕우렁이 공급 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민원이 제기된 데 따른 조사였다.

앞서 함평군에서는 벼 농가의 실수요와 무관하게 이장에 의한 왕우렁이 공급 일괄 대리 신청, 공급업자의 농가 자부담 비용(사업비의 10%) 대납 등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심지어 사업신청서에 담길 농가 날인도 누군가가 날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었다.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대리 신청으로 원치 않는 농가에까지 왕우렁이가 공급됐고, 도비와 각 시·군비 혈세로 우렁이 공급업체에 지급되는 보조금도 줄줄 샌다는 비판이 일었다.

도는 이번 전수 조사 과정에서 ▲공급사업 신청 방법 ▲업체 선정 방식 ▲보조금 지급 비율 ▲보조금 지급 형태 등을 각 시·군에 확인했다.

조사 결과 왕우렁이 공급사업 신청 방식은 각 시군마다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가 일일이 사업 참여를 직접 신청하는 지자체도 있었지만 상당수 지자체는 이장 또는 농가 대표가 개별 벼 농가를 대신해 일괄 신청하고 있었다.

공급업체 선정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9개 지자체는 자체 선정위원회에서 공급업체를 선정했지만, 12개 지자체는 농가가 직접 업체를 골랐다.

[함평=뉴시스] 김혜인 기자 = 1일 오전 전남 함평군 나산면 한 마을 논에 왕우렁이가 어린 모를 먹고 있다. 2024.07.01. hyein0342@newsis.com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구체적으로 일괄 또는 대리 신청의 실태가 어떤지, 이 과정에 사서명 위조 등 위법 사항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

조사 방식도 시·군 지자체마다 공문을 보내 파악하는 형식적 수준에 그쳤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지방보조금법) 16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은 보조금 사업 수행 상황을 점검에 필요한 경우 현지 조사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도는 실제 읍·면 단위 현장 조사를 하지 않았고, 각 지자체의 보조금 집행에 절차상 하자는 없는지 등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왕우렁이 공급 사업 신청 과정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 만큼, 현장 조사에 나서 농가에 직접 허위 또는 대리 신청 실태를 꼼꼼하게 들여다봤어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반면 경남도는 왕우렁이 농가 공급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례에 의거, 읍면사무소가 보조금 집행에 앞서 무작위로 각 농가마다 실제 공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업체 측에는 우렁이 공급 증빙 사진도 첨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보조금 집행 사업을 둘러싼 잡음·의혹에 이미 흠집이 생긴 데다, 개선 목적의 전수 조사마저 형식에 그친 전남도와는 대조적이다. 전남도가 왕우렁이 공급 사업 관리·감독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현장 조사를 하거나 일일이 확인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현재까지 허위 대리 신청은 함평군에서만 발생한 특수 사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수요에 맞는 왕우렁이 공급을 위해 대리 신청이라 하더라도 농민 의사가 실제 반영된 것인지 확인하는 행정 절차를 추가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올 한해에만 전남 지역 우렁이 공급업체에 지급할 보조금 예산은 32억1600만원(도비 4억원·21개 지자체 시·군비 28억1600만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