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손실 감수한 착한기업들…'이 미담' 누군가엔 악몽

기사등록 2024/07/27 06:01:00 최종수정 2024/07/27 07:30:52

미정산 피해 업체 "손해감수 정상배송"

판매자 일부 "착한기업 구분하냐" 불안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5일 오후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 내부로 진입해 사무실을 점거하고 있다. 2024.07.25.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자사의 손해를 감수하고 소비자에게 물품 정상 배송하겠다며 나선 '착한 기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정상 배송이 불가하다고 밝힌 기업을 '나쁜 기업'으로 갈라치면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7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전액 환불 혹은 정상 배송하는 업체를 소개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중견기업부터 영세 소상공인까지 다양한 기업들은 "티몬·위메프 정산 여부와 상관없이 고객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정상배동 및 정상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기업 입장에서는 티몬·위메프에서 들어온 주문을 취소하는 것이 물품 재고를 지키면서 추가적인 판매대금 미정산 피해를 막는 길이다. 그런데도 다수의 기업이 자사보다는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택한 것이다.
[서울=뉴시스]'국민 혼수'로 통하는 시몬스 침대.(사진=시몬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구 업계에서는 대표적으로 시몬스, 레이디가구 등이 '정상 배송'을 약속했다. 지난 25일 이들 기업은 각자 티몬·위메프에서 소비자 결제가 완료된 4억원 상당의 제품 배송을 마무리하겠다며 "고객과의 신뢰가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시몬스는 오는 8~9월 티몬 측으로부터 받아야 할 정산 금액은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레이디가구는 티몬·위메프로부터 15억원 이상 정산금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여행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앞장섰다. 엔타비글로벌여행사는 지난 24일 공지를 통해 "당사 판매금이 정산되지 않더라도 고객의 여름 휴가철 여행은 책임지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자발적으로 소비자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수제돈까스를 파는 소상공인 유혜광돈까스는 25일 공지를 통해 "그동안 저희 제품에 대해 많은 사람을 주신 고객님들께 불편과 불안을 드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정상 배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수원시에서 영업하는 하얀풍차제과점은 같은 날 문자를 통해 "부디 이번 사태로 인해 제 은인인 고객님들이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며 "두 달 뒤인 9월24일까지 티몬에서 환불이 되지 않을 경우 하얀풍차제과 자금은 전액 환불하겠다"고 전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규모 작은 영세사업자가 대단하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저런 곳은 그냥 믿고 이용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뉴시스] 한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티몬·위메프에서 미정산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은 다른 입장이었다.

위와 같은 '착한 기업' 사례를 올린 게시글에 한 판매자는 "정산을 받지 못한 상태로 소비자에게 물건 배송하고 나서 나는 파산 신청하면 착한 회사 되는 거냐"고 되물었다.

피해 판매자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소비자는 셀러가 양아치라고 하는데 물건 다 보내놓고 월 수입이 날아가는 셀러도 있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소비자들은 '판매자들이 환불 안 해주고 있다'며 착한 기업을 구분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원래 이게 맞는 것 아니냐"라며 "티몬과 자사간의 B2B 계약이니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판매자들간에 '갈라치기' 할 문제가 아니라며 사전에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상 배송)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쁘다고 얘기할 수 없다"며 "기본적으로 에스크로제와 같은 상품을 먼저 받고 결제하는 시스템을 구비하는 등 전체적인 소비자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피해를 입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송을 원할 수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판매자가 아닌 중개몰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인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규제당국이 미리 사전에 법적인 정비를 못해놓은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플랫폼법이나 중개몰에 대한 규제, 가격 구조에 대한 부분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jud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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