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 유족들, 일본제철 상대 손배소 또 승소

기사등록 2024/07/26 17:23:40 최종수정 2024/07/26 18:00:52

法 "2018년 대법원 전합 판결로 명확해져"

일제 강제동원 피해 유족들, 잇따라 승소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대리인 임재성(오른쪽), 김세은 변호사가 지난해 7월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정부의 제3자 변제공탁 발표에 위법성과 부당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7.03.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다시 한번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8년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피해자 측은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최파라 판사는 26일 망인 A씨의 아내 윤모씨와 그의 자녀 6명, 망인 B씨의 자녀 3명 등 10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1억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최 판사는 일본제철이 A씨의 아내 윤씨에게 2000만원, 그의 자녀 6명에게 각 1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망인 B씨의 자녀 3명에게도 각 9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A씨는 만 18세이던 1942년 10월부터 1944년 11월까지 일본제철에서 용광로에 들어가는 철이나 돌을 운반하는 일을 했다.

A씨는 월급을 받아 저금했으나 이를 돌려받지 못했고, 공장 내에서 구타가 있었고 밥을 많이 주지 않아 음식을 훔쳐 먹는 일도 있었다.

B씨는 만 31세이던 1943년 1월부터 1945년 9월까지 일본제철에서 폭탄 투하로 죽은 시체를 나르는 일을 했다. 그는 광복 이후에도 풀어주지 않아 몰래 도망친 뒤 배를 타고 귀국했다.

최 판사는 1965년 6월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 체결된 ‘청구권협정’에 따라 윤씨 등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와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일본제철 측 주장을 기각했다.

최 판사는 "청구권협정의 협상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강제동원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다"며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의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2018년 10월30일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가능성이 확실하게 됐다"며 "그로부터 약 6개월 이내인 2019년 4월4일 이 사건 소를 제기했으므로 원고들은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의 2018년 판결 이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일본 기업을 제기한 '2차 소송' 중 하나로, 피해자 측이 연이어 승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족 측을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대한민국 법원은 일본 강제동원 불법행위에 대해서 그 책임을 계속 묻는 판결을 이어가고 있고 서울중앙지법 기준으로도 2024년 6월과 7월에 또다시 승소 판결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한국과 일본 정부가 모두 끝난 사안이고 더 이상 일본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법원은 일본기업에게 계속 책임지고 배상하라는 판결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z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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