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 "전공의, 일꾼 아닌 수련생…대폭 지원해야"

기사등록 2024/07/26 18:22:50 최종수정 2024/07/26 20:08:52

"연속근무 단축 시범 사업 비용 계획 없어"

"국가 수련비용 필수의료부터 우선 지원을"

"전공의 배치·교육 별도 위원회서 관리해야"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제1차 전국 의사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7.26. ks@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교수들이 정부가 전공의를 근로자가 아닌 피교육자(수련생)로 보고 국가 재정 투입을 대폭 늘려 제대로 교육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는 26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제1차 전국 의사 대토론회’에서 '현 수련제도의 문제점 및 개편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정부가 5월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지만, 근무 공백이나 추가 인력 투입에 따른 구체적 비용 지원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 사업은 각 병원에서 전문의를 추가 투입하거나, 전공의의 근무 형태와 스케줄을 조정해 전공의의 연속 근무시간을 현행 최대 36시간에서 24~30시간 범위 내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공의들은 수술·입원·응급실 환자 등을 돌보며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해왔다. 반면 유럽연합은 모든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주당 평균 최대 49시간으로 제한했다. 주당 근무시간을 10년간 58시간, 56시간, 52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줄여왔다.

미국의 경우 1984년 전공의의 과로로 인한 오진으로 의료 소송이 제기된 것을 계기로 주당 100시간에 육박했던 근무시간이 1989년 최대 80시간으로 제한됐다. 연속 근무시간을 24시간으로 제한하는 법도 도입됐다. 일본은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당 평균 80시간, 최대 교대 근무시간도 28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박 수련교육이사는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 소요 예산으로 1조2000억 원을 정부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는 전공의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건비 등 병원의 수련 비용을 정부가 책임지는 제도다.

미국은 전공의 수련 교육 비용으로 메디케어(노령층의료보험)를 통해 연간 3조~4조 원을 투입한다. 메디케이드(한국식 의료급여)까지 포함하면 연간 약 10조 원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영국도 연간 2조~3조 원을 전공의 수련 교육 비용으로 지원하고 있다. 호주와 일본은 인턴 수련 교육에만 연간 각각 3000억 원, 1000억 원을 투입한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여한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도 "정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린다면서 전공의를 여전히 근로자로 보고 피교육자로서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가에서 수련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필수의료 진료과부터라도 우선 지원해야 한다"면서 "독자적 권한을 가진 전공의 수련평가기구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봉근 한양대 의대 수련교육부장은 "정부가 전공의를 일꾼으로 생각한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면서 "수련 환경과 관계가 없음에도 하반기 전공의를 모집하지 않으면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하고, 수련 환경이 좋다고 볼 수 없는 비수도권에 정원을 더 많이 배정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또 "권역외상센터에 전공의를 많이 배치하라고 하고, 지도전문의가 부족한 국군수도병원에 정원을 준다"면서 "전공의들이 향후 중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하려면 교육 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전공의 배치와 교육은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 별도의 위원회가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턴 수련교육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인턴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1년 동안 병원에서 다양한 진료과를 경험하는 의사를 말한다. 현재 인턴들은 진료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련을 받기보다 환자로부터 검사 동의서를 받는 등 잡무에 시달리고 있다.

박 수련교육이사는 "현행 1년제를 2년제로 연장해도 수련병원 간 교육 격차, 관행적인 잡무 등 문제점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수련 프로그램의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수련 프로그램 내용이나 지도 전문의 평가, 운영 주체 명확화, 재원 투입, 적절한 교육 평가 시스템이 같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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