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교수 정년퇴임 기념 회고록 펴내
부조리한 의료현실·필수의료 기피도 짚어
65년간 삶의 교훈 '긍정·겸손·진정성' 강조
정 교수는 회고록을 통해 ▲지난 40년 간 의사로서의 경험과 도전 ▲의사과학자로서 33년 간의 연구와 성과 ▲31년 6개월 동안 교육·연구·진료에 충실했던 교수로서의 삶 ▲삶의 철학과 가치관 등을 사진들과 함께 담백하게 담아냈다.
회고록에는 의사과학자로서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정 교수는 "피부 노화의 비밀을 밝혀보자"고 결심한 후 피부 노화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우수한 연구 결과들을 '국제피부연구학회지(JID)'에 수십 편 발표했다. JID는 피부 연구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다. 정 교수는 바이오벤처를 통해 발모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주사피부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 중이다.
정 교수는 회고록에 "30년 전 피부과의 연구 환경은 지금과 큰 차이가 있어 당시 논문들을 지금 보면 얼굴이 화끈할 정도이지만 최선을 다해 이뤄낸 결과가 계속 축적돼 세계적인 실험실이 됐다"면서 "매일 충실히 꾸준히 연구해야 하는 이유"라고 썼다. 또 "노벨상을 받고 싶었는데 싶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아직 포기한 것은 아니다(웃음)"고 했다.
정 교수는 자가면역 수포성 피부질환, 류마티스성 피부질환, 노인성 피부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면서 겪은 부조리한 의료 현실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냈다. 정 교수는 "환자에게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일 수 있는 치료법을 의사가 아닌 심평원에서 결정한다"면서 "심평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진료했다간 치료비를 환수 당하거나 범법자가 된다"고 말했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기피 문제도 짚었다. 정 교수는 "39년 전 피부과는 별로 인기가 없었고,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의사가 되려 했다"면서 "현재 자신이 배운 분야가 아닌 피부 미용 분야에 진출하려는 것은 원가에 못 미치는 낮은 수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자를 보지 않는 수준으로 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서울대 의대 피부과학 교실 주임 교수 겸 서울대병원 피부 과장을 지내며 후배 의사들도 많이 양성했다. 현재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고, 전 세계 피부과학회를 회원으로 둔 세계피부과학회연맹(ILDS) 소속 의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 교수는 65년 간의 삶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자세와 겸손, 환자를 향한 진정성을 강조한다. 또 인생의 절정기가 있기 마련이지만 삶의 매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100세를 넘게 살아온 철학자가 인생의 절정기는 75세부터 85세까지라고 회고하는 것을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제 인생의 절정기는 언제일지 궁금합니다만 매 순간을 절정기라 생각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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