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절단' 교통사고→"의사 없어요"→사망…병원도 한계(종합)

기사등록 2024/07/25 10:56:23 최종수정 2024/07/25 11:00:25

전공의들 사직서 제출후 떠나…복귀에 회의적

의료현장 의료진 피로도 누적…부족한 의료진

[전주=뉴시스] 전북대학병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뉴시스]최정규 기자 = 지난 18일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한 70대 교통사고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은 의정갈등으로 인한 지역의료시스템 붕괴가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긴급수술이 요하는 상황이지만 전북의 환자들은 부족한 의료진으로 응급실 문턱조차 넘기 힘든 상황이다.

2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8일 오전 11시55분께 전북 익산시 여산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운전자 A(70)씨가 중상을 입었다. 당시 A씨는 이 사고로 한쪽 발목이 절단됐다. 머리 등 다발성 손상도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은 A씨가 위중하다고 판단해 2곳의 대학병원에 수술 가능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두 대학병원 모두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소방에 전달했다. 치료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소방은 A씨를 사고현장에서 전주의 한 접합수술 전문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송에만 40여분이 소요됐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종합병원으로 이송을 권했다. 접합수술 외에도 다발성 손상으로 인해 해당 병원에서 수술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주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A씨는 이날 오후 1시19분께 숨을 거뒀다.
 
당시 소방이 문의한 2곳의 대학병원은 수술할 의료진이 부족했다. 원광대병원의 경우 접합수술 의료진 부재, 전북대병원은 수술할 의사가 존재하긴 했지만 다른 응급환자를 치료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의정갈등으로 인해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의정갈등은 지역의료체계의 붕괴를 가속화했다.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내고 의료현장을 벗어났다. 그 결과 남아있는 의료진이 현장을 맡으면서 피로도는 누적됐고 부족한 의료진은 평일에도 당직 순환 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북의 주요병원은 사직서 수리를 보류하고 있지만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이 다시 지역을 떠나 서울 대형병원으로 재취직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지역의 의료시스템은 와르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부족한 의료진은 한계점에 이를 것이고 남은 의료진마저 현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수술의 중요부분을 차지하는 전북대병원의 마취과 의료진 일부도 현재 사직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의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상태라면 전북의 전공의들은 서울의 빅 5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으로 수련을 하기 위해 떠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이면 남아있는 의료진마저 피로도가 누적돼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대병원 한 의료진도 "지역의료를 살리지 못할 경우 도민들이 응급실 문턱 조차 넘지 못하는 경우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 상황은 지역의료를 살리는 것이 아닌 지역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전북대병원은 전체 전공의 156명 중 7명만이 복귀했다. 원광대병원은 사직서 제출 전공의 90명 중 복귀자는 없다. 전주예수병원은 80명의 전공의 중 22명이 복귀했다.

최근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이었던 지난 15일 복귀한 전공의는 전주예수병원 1명뿐이다. 나머지 전공의들은 사직서 제출을 철회한 이후 개인 전문 병원에서 수련의 생활을 하고 있거나 군입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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