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 우선 과제, 대표 주관사 한투증권·NH투자증권
광무·KB인베·산은·비엠벤처스 등 주주
[서울=뉴시스]이종혜 기자 = 2차전지 소재 기업 이피캠텍이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전격 철회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소재 공급 계약이 지연되는 등 변수가 발생하면서 실적 개선을 위해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피캠텍은 2차전지 소재 기업 가운데 양산 공급 체인에 속해있고 엔켐의 관련 기업이자 전략적투자자(SI)인 광무의 투자를 받으며 후광효과를 얻었다. KB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웰컴캐피탈, 신한벤처투자, 비엠벤처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대규모 투자도 유치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피캠텍은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 철회를 결정했다. 기술특례상장을 이용해 지난 5월28일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한 지 2개월여만에 철회 결정을 내렸다. 공동 상장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다.
심사철회는 일반적으로 한국거래소 상장심의원회로부터 미승인 결정을 통보받을 가능성이 높을 때 선택한다. 회사가 영업, 재무현황, 경영 환경 등 거래소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때 거래소가 직접 미승인 결정을 내리는 대신 기업이 심사를 자발적으로 철회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월27일 한국거래소가 '상장 예비 심사 지연 해소를 위한 방안'을 내놓은 지 한 달여 만에 심사 기간 정상화 의지를 다지며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밀려있는 심사를 최대한 빠르게 끝내며 적체 현상을 해소하면서 준비가 미흡한 기업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주지 않고 최종 결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피캠텍의 상장예비 심사 철회 배경에는 업황 부진에 따른 연내 실적 달성에 차질이 생긴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반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93% 증가한 수준인 177억원이지만, 엔켐향 일시적 매출인데다 핵심 사업인 F전해질 매출 부진은 회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상장 프로세스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밸류에이션 하락은 물론이고 상장 심사 미승인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자진 상장철회를 결정한 셈이다.
글로벌 변수도 발생했다.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해질 관련 소재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도 2년 동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소재 업체들의 우려가 현실화됐다. 향후 2년간 저가로 승부하는 중국산이 미국에 유입될 경우 국내 소재 기업들의 현지 시장 선점 및 향후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산 규제로 반사이익을 볼 거라고 기대했던 국내 소재 업체들은 '가격 경쟁'에 중국에 밀릴 수 있고,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감소할 우려도 있다. 2차전지 캐즘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미국 대선 이슈로 2차전지 불확실성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심사 승인의 핵심요소였던 F전해질 실적 달성의 변수가 커졌고 회사의 하반기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 증명에 의구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피캠텍의 반기 영업손실은 7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8억원) 대비 늘었다. 신규 공장 준공 이후 원재료 매입을 늘려갔으나 시장 침체로 고객사 납품 일정이 늦어지면서 재고평가 손실이 확대된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이피캠텍은 하반기부터 수익성 위주로 사업전략을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재청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설립된 이피캠텍은 정밀화학소재 기업이다.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 등 고순도 소재 합성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사는 엔켐은 물론 삼성SDI, 동화일렉트로라이트, 더블유씨피 등이다.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 관계를 추가하며 매출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16억원이며, 이 중 약 50%가 2차전지 소재부문에서 발생했다.
2차전지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이유는 엔켐의 영향이 크다. 지난 한 해 2차전지 광풍을 이끌었던 에코프로그룹 계열의 주가도 반등하는 가운데 엔켐 주가도 주당 8만6200원에서 39만까지 올랐다가 최근에는 2차전지주들의 하락으로 17만원대 수준이다.
이피캠텍은 엔켐과 사실상 연결돼 있다. 엔켐의 최대주주인 오정강 대표가 개인회사(아틀라스팔천)를 통해 지배하고 있는 기업이 광무인데, 광무는 이피캠텍에 투자해 지분 10%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올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코스닥 5위 기업으로 급부상한 엔켐의 수직계열화에서 이피캠텍이 주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광무는 이피캠텍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공동 기술개발부터 생산, 국내외 사업 진출까지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광무도 첨가제 제조와 판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을 선언하면서 이피캠텍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해온 이피캠텍의 차세대 전해질(LiFSI) 기술은지난해 말 한국거래소 지정 기술평가기관으로부터 A등급을 획득했다. 앞서 이피캠텍은 국내 최고 권위 산업기술상인 IR52 장영실상 수상을 비롯해 소부장강소기업100+, 예비유니콘기업 등에 선정되면서 기술력을 공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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