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조사위, "70년 동안 국가·종교 보호기관서 20만명 학대당해"

기사등록 2024/07/24 19:16:00 최종수정 2024/07/24 23:06:52

국가 및 종교 기관 보호의 소외·불우 계층 사람들

6년 동안 1400억원 들이며 철저한 조사 행해

[AP/뉴시스] 24일 뉴질랜드의 독립적 조사위는 70년간 보호시설 및 기관 내 학대 실상에 관한 6년 조사 결과 보고서를 24일 의회에서 발간 공개했다. 마오리족 등 피해자들이 수도 웰링턴 의회로 들어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인권 보호가 어느 곳보다 체계적으로 잘된 것으로 평가되어온 뉴질랜드에서 지난 70년 동안 국가 및 종교 기관의 보호 아래 있던 어린이, 미성년에서 막 벗어난 젊은이 및 취약 성년 등 피보호자 3명 중 1명이 학대와 유린을 당해왔다는 국가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1950년부터 2019년에 걸친 기간 동안 이처럼 학대를 당한 사람 수는 피보호 처지에 놓였던 65만5000명 중 약 20만 명에 달한다고 24일 '보호 속의 학대 국가조사위원회' 보고서는 말하고 있다. 학대는 강간, 전기 충격 및 강제 노역 등 여러가지 방식으로 행해졌다.

조사위원회는 6년 간에 걸쳐 약 3000명 피보호자들이 겪었던 일들을 세세히 파헤쳐 이날 무게 14㎏에 달하는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다.

뉴질랜드 사상 최대 조사는 비용도 1억7000만 뉴질랜드달러(1억100만 달러,1400억원)가 들었다.   

BBC, 가디언 지 등에 따르면 보호 기관에서 학대를 당한 이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비롯 마오리족과 태평양 원주민 등 주류 사회에 끼지 못하고 주변으로 밀려난 불우 계층이 대다수다.

이들을 학대한 사람들은 돌봄 제공자, 종교 지도자, 사회 복지사 및 전문 의료인 등이었다.

생존해 있는 2300여 명이 조사위에 겪은 일들을 밝혔는데 이들은 거의 한결같이 "학대와 홀대는 어디를 가든 어김없이 첫날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마오리족과 태평양 원주민 생존자들이 그 중 육체적으로 가장 심한 학대를 당했다. 특히 각종 사회복지 기관에 위탁된 어린이와 어른들이 가장 높은 정도의 성적 학대와 강탈을 당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수십 만 명의 어린이, 젊은이 및 어른들이 국가와 종교 기반 시설의 보호 속에서 학대 당하고 기본 의식주마저 소홀하게 제공받아온 것은 국가적 불명예이자 수치"라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호 상태에서 죽거나 보호 종료 후 자살했다. 또 학대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심해져 일상적인 활동과 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크리스토퍼 룩선 총리는 "우리 사회 전체로 이날은 역사상 가장 어둡고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총리는 희생자들에게 정부가 얼마를 보상할지 밝히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으나 강한 보상 의지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학대와 소홀한 취급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비용이 569억 달러(78조원)~2170억 달러(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학대 받은 사람들에 대한 정신적 육체적 치료 비용, 집없는 노숙 현상 및 범죄 등으로 나타난 학대의 부정적 결과를 비용계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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