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쉐퉁 中칭화대 교수 “북한보다 미국이 최근 한반도 불안의 직접 원인”

기사등록 2024/07/23 11:46:14

“러시아에 北 지원…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별의미 없어”

미-중, 대만 해협서 전쟁 막을 ‘위기관리 메카니즘’ 구축

[서울=뉴시스]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학원 옌쉐퉁 교수. 2024.07.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중국의 대표적인 국제정치학자 중 한 명인 칭화대 옌쉐퉁 교수(국제관계학원장)는 “한반도 등 동북아에서 가장 큰 불안정의 원천은 미국의 정책과 미국, 일본, 한국 간의 군사 훈련 증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22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무기가 긍정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현재 한반도 불안정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며 “북한과 미국 모두 지역 불안정성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이제 미국 요인이 더 크고 직접적이며 시급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군사 협력이 북한과 중국에 대한 억제력을 높일 것일 지에 대해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하면 새로운 군사 갈등을 유발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러 접근 큰 의미 없어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옌 교수는 “북한의 경제 및 군사력은 너무 작아서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은 전장에서든, 경제 개발에서든, 국제적 영향력 측면에서든 매우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에 있어서 북한의 지원은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실질적인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도 지금 전쟁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 북한에 결정적이고 대규모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도 없다고 봤다.

그는 두 나라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든 북한과 러시아가 중국에 대한 필요가 서로에 대한 필요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재선시 미중 관계

옌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트럼프보다 대만의 독립에 더 기울어져 있다”고 진단하고 “트럼프는 냉전 이후 새로운 전쟁에 연루되지 않은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라고 항상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미중 갈등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트럼프는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전쟁을 치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해협을 가로 지르는 전쟁 방지 측면에서 바이든보다 더 신중할 것”이라고 했다. 

옌 교수는 2023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바이든 시진핑 회담 이후 미중 관계는 나아지지 않았으나 양국이 대만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것은 막았다고 평가했다.

5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이후 중국이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한 마지막 날 중-미 양국 군 관계자는 영상 통화를 했는데 이는 양국이 대만 갈등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위기 관리 메커니즘을 구축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향후 미중 관계, 격차 벌어질 가능성도

옌 교수는 “종합적으로 중국과 미국은 향후 10년 동안 다른 국가와의 격차를 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세한 수치를 들어 설명했다.

중국이나 미국의 경제 규모가 이미 다른 주요 강대국의 4~7배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중국을 제외한 모든 주요 국가의 GDP보다 최소 7배 더 크다.

미국 경제가 연간 1% 성장하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는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소 7% 성장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달성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 GDP 격차는 최소 4배다. 중국이 연간 2% 성장하면 다른 나라는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8% 성장하는데 이것 역시 가능성은 미미하다.

중국이 연간 최소 2% 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4.7%로 예상보다 낮았다.

그는 “2024년부터 2029년까지 향후 5년 간 중국과 미국의 GDP 격차가 벌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그 이유는 미국의 AI 및 칩 연구 및 제조 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다 중국에 대한 외국과 중국의 민간 투자가 미국보다 작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비 지출 측면에서도 미국은 연간 9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데 중국은 미국의 30% 미만인데다 미국은 또한 전쟁에 참여하고 전투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향후 5년 중국이 군사력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좁힐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 ‘동양 부상, 서양 쇠퇴’라는 말, “희망 사항일뿐 현실아니다”

옌 교수는 “동양은 부상하고 서양은 쇠퇴하고 있다고 하는 말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동양과 서양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 동양에는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 베트남 또는 쿠바가 포함되나.

둘째, 상승과 하락을 어떻게 판단하나. GDP의 성장이나 세계 GDP의 비중인가. 아니면 기술의 빠른 발전인가?

그는 “이 말은 결국 어떤 사람들의 희망적 사고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며 “그들이 바라는 것이 현실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양을 중국, 서양을 미국으로 정의하면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동안 중국은 GDP 면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였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더 이상 그렇지 않아 세계 총 GDP에서 중국과 미국의 비중을 비교해보면 지금은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이-하 전쟁에서 중국의 역할

옌 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올해 직접 대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장에서 절대적인 교착 상태가 없으므로 양측이 앉아서 대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두 나라 모두 이제 전장에서 승리 혹은 진전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상 협상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역할과 관련 중국은 전쟁의 시작자도 아니고 참여자도 아니다고 전제했다.

따라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크지 않아 중국의 평화 유지 노력은 건설적이지만 협상을 촉진하는 데 크게 작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봤다.

유럽 국가들이 종종 중국이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바라는 것은 국제 정치의 기본 법칙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세계 핵 강국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다. 중국이 어떻게 러시아에 영향을 미쳐 주요 정책을 바꾸게 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러시아를 설득해 평화를 이루는 것은 중국의 능력을 넘어선 일이다.”

옌 교수는 중국이 하마스와 파타 대표를 베이징으로 초청하는 등 회담을 주선했지만 이 역시 큰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하마스와 파타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 화해하고, 공동으로 관리하고, 특정 정치적 관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이스라엘 하마스 협상은 양측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미국이 그 지역을 관리하도록 허용하는 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협상은 보다 다자간 국제적 환경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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