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AI 버츄얼 스튜디오 '팀스튜디오' 촬영 현장
자체 연구한 생성형·3D AI 기술로 입체적 배경 구현
"버추얼 프로덕션 업계 자리매김…해외로 기술 확장"
[성남=뉴시스]최은수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역 지하광장 내에 위치한 트레비 분수에 한 남성이 서성이고 있다. 걸음걸이마다 변하는 남성의 시선에 따라 화면이 움직인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닥에 희미한 경계선이 보인다. 알고 보니 SK텔레콤 팀스튜디오에 설치된 LED 월(Wall) 내에 서있는 모습이었다.
시공간 제약을 초월하는 VFX(시각특수효과) 기반 콘텐츠 제작 기술을 통해 상상이 현실로 바뀌고 있다. SK텔레콤 ‘AI(인공지능) XR(확장현실) 버추얼 스튜디오’ 팀스튜디오'가 현실 공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다.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SK텔레콤 팀스튜디오를 찾았다. 채널S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다시갈지도' 출연진들이 방송 촬영을 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스튜디오 뒷 벽과 바닥에 설치된 대형 LED 월이다. 뒷벽에 설치된 LED 월에는 2D(2차원) 공항 이미지가 띄워져 있었다.
현장에서는 뒷벽과 바닥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TV에 방영되는 화면을 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팀스튜디오 내에 설치된 레퍼런스 모니터에서는 공항 이미지가 바닥까지 확장돼 마치 출연진들이 공항 대기실 안에 모여 앉아있는 것 같이 보인다.
이는 팀스튜디오가 보유한 XR 기술로 뒷 벽과 바닥의 LED 월을 활용해 몰입감 있는 장면을 연출해 가능한 것이다. '다시갈지도'는 팀스튜디오의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활용해 촬영되고 있다.
◆SKT 미디어 AI 기술로 3D 공간 배경 탄생
SK텔레콤의 팀스튜디오에서는 VFX 기반의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 2022년 6월 개관 후 SK텔레콤의 AI, 유무선,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광고, 예능, 드라마, 시사회, 게임사 이벤트 등 여러 장르의 미디어를 제작하고 있다.
SK텔레콤이 팀스튜디오 설립 단계부터 꾸린 컨소시엄에는 버추얼 프로덕션인 ‘엑스온(XON) 스튜디오’, 초고화질 영상 제작 기술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노하우를 제공하는 ‘미디어캔’, 자체 개발한 가상공간 구현 솔루션 아이튜버(I-TUBER)를 제공하는 ‘두리번’ 등이 참가하고 있다.
팀스튜디오는 개관 후 SK텔레콤이 개발한 여러 AI 기술을 미디어 콘텐츠에 적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2.5D 이미지와 3D 이미지 생성을 적극 활용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가 제작한 가상의 이미지를 스튜디오에서 2.5D로 구현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실제 공간처럼 3D로 구현할 수 있다.
팀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엑스온스튜디오의 장원익 대표는 “감독이 원하는 그림을 즉각적으로 만들 시간이 부족한데 텍스트 입력만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미드저니’라는 툴을 통해 이미지를 생성하고 그 이미지의 레이어를 분리해 2.5D배경을 구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원익 대표는 위지윅스튜디오 부사장, 모팩스튜디오 제작이사, 디지털스튜디오 2L 제작팀 실장 등을 역임한 VFX 전문가다.
예를 들어 '다시갈지도' 촬영 배경으로 방영됐던 그리스 동굴 호수 이미지는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가상의 이미지다. 이 이미지는 팀스튜디오의 레이어 분리 기술로 하늘, 동굴, 동굴 입구, 동굴 뒷면 등으로 각각 분리된 뒤 LED 월에서 현실감이 극대화된 2.5D로 구현된다. TV 화면에서는 출연진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듯한 이미지가 연출됐다.
레이어를 분리하는 이유는 근거리는 가장 많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먼 이미지는 적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지는 '패럴랙스 효과'를 고려해서다. 장 대표는 “분리된 레이어를 LED 월에 적용하면 패럴렉스 현상으로 카메라 움직임에 따라 표현이 되지 않는 부분도 표현돼 실제로 여행온 듯한 입체감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촬영 이미지도 3D 공간으로 구현…시간·비용 대폭 절감
해외 여행을 가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태국의 사원이나 유럽 박물관 이미지도 팀스튜디오에서는 3D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SK텔레콤이 직접 구현한 AI 기술 '가우시안 스플래팅'을 활용해 2D 이미지를 3D 공간으로 구현해낸다.
가우시안 스플래팅 활용 후 해외 등으로 직접 촬영 현장을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콘텐츠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실제 태국 현지에서 촬영한 사원 사진을 팀스튜디오가 AI로 제작해서 스튜디오에 업로드하기 까지 소요된 시간은 1시간59분에 불과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팀스튜디오 LED 월에 적용해 촬영하면 마치 태국 사원에 실제 있는 것 같은 3D 구현이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해외 현장을 스튜디오에서 사용할 수 있는 3D 공간으로 구현하려면 길 게는 한 달이 소요됐는데 획기적으로 시간과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초록색 배경 대신 3D 배경으로 몰입감↑…CF·뮤비·예능 등 러브콜
팀스튜디오 AI 기술로 초록색 배경 앞에서 촬영한 영상에 컴퓨터그래픽(CG)으로 배경을 입히는 크로마키 기법을 쓸 필요 없이 연기 몰입감을 높이고 별도 후반작업이 필요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울러 우주나 사막과 같은 공간도 게임 엔진으로 제작해 LED 월에 적용하면 실제로 배우나 모델이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구현이 가능하다. 장 대표는 “팀스튜디오 판교는 XR(혼합현실)로 실시간 확장이 가능하다”며 “뮤직비디오, 예능, 화보 등 촬영에 특화됐다”고 자신했다.
이처럼 현장 로케이션 방문이 필요 없는 장점 덕에 SBS 역사토크쇼 ‘과몰입인생사’, EBS ‘장학퀴즈’ 50주년 특집 등 TV 프로그램을 비롯해 디올 ‘SAUVAGE’ 광고 촬영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제작에 러브콜을 받고 있다.
타 VFX 스튜디오와 비교해 팀 스튜디오의 차별점은 SK텔레콤이 개발한 다양한 AI 기술을 미디어 콘텐츠에 적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미디어 R&D(연구개발) 조직을 통해 다양한 미디어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팀스튜디오는 올해 스튜디오 간 기술을 연결하는 '브릿지' 기술을 적용시키는 게 목표다. 장 대표는 "여러 지역의 VFX스튜디오끼리 실시간 연결해서 협업하면 여러 원격 작업들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한국 콘텐츠 기술에 대한 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기술 확장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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