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원 당권 주자들 "동지 의식 없어"
한 과반 저지 총력…'전략상 실점' 해석도
친윤계 가세 "당 전체 아픔, 2차 가해"
한동훈 "신중하지 못했다…말하고 아차"
7·23 전당대회 당권 주자들은 한 후보의 1차 경선 과반을 저지하기 위해 공세를 이어갔다. 한 후보는 이날 "신중하지 못했던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나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군 호텔에서 열린 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새미준) 정기세미나에 참석한 뒤 한 후보에게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에 대한 분별이 없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이 바로 민주당 의회 폭주의 시작이었다. 국민의힘이 야당이었던 당시에 문재인 정권이 야당을 탄압하면서 보복 기소한 사건"이라며 "(한 후보가) 좌충우돌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그때보다 더 엄중하고 무도한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당 대표는 의회 폭주를 어떻게 막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그걸 해봤던 제가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 후보도 새미준 정기세미나에 참석한 뒤 취재진에게 "동지 의식이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건 시작이라고 본다"며 "당원들께서 훈련이 안 돼 있는 분이 이 당을 맡아갈 수 있을지 심각히 우려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 참패에 대한 자기들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나 후보, 대통령, 영부인을 모두 궁지로 몰면서 당을 단합시키고 거대 야당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건가"라며 "책임지지 못할 수장에게 속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후보도 전날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한 후보의 발언을 두고 "우리 스스로 좀 선을 넘는 발언들은 조심해야 되겠다"며 "까딱 잘못하다가 야당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으니 자중자애하자"고 말했다.
앞서 한 후보는 전날 오전 CBS 주관 4차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를 향해 "본인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한 적 있지 않나. 저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며 "법무부 장관은 그런 식으로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를 비롯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은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저지했다가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패스트트랙 사건 재판에 연루된 일부 현역 의원들과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도 한 후보 비판에 가세했다. 앞서 이날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는 윤한홍 의원 등이 한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윤한홍 의원은 이날 뉴시스에 "(당시) 우리 당 전체가 하나가 돼서 문재인 정부에 맞서 투쟁한 것"이라며 "당 전체가 싸운 걸 개인 비리로 기소된 것처럼 폄훼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후보를 겨냥해 "당 대표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할 말인가. 그런 사람을 당원들이 따르겠는가"라며 "(패스트트랙으로 기소돼) 4~5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도 이 사건의 27번 피고인"이라며 "그 시절 치열한 투쟁과 희생으로 민주당 정권에 항거했기에, 국민의 직접선거로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고 우리는 여당이 됐다"고 적었다.
이어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속한 집단과 공익을 위한 것인지 분별해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부당한 공소제기는 취소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원조 친윤'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에 "우리 당 의원 개개인의 아픔이자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파서야 되겠나. 당을 위해 지금도 희생하고 있는 사람을 내부 투쟁 도구로 쓰면 되겠나"라며 "경쟁은 하더라도 부디 선은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폭주하는 민주당의 악법을 막는 정의로운 일에 온 몸을 던졌다가 억울한 피해자가 된 우리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할망정,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던 이양수 의원은 이날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 후보의 (발언은) 전략상 실점"이라며 "지금 패스트트랙으로 재판받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30명 정도 된다. 많은 분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감정선을 건드렸다"고 짚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를 겨냥해 "당신이 문재인 정권하에서 화양연화의 검사 시절을 보낼 때 우리는 좌파와 국회에서 처절하게 싸운 사건"이라며 "경망스러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당내 여진이 이어지자 한 후보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신중하지 못했던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어제 '공소 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 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법무부 장관이지만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 당대표가 되면 재판의 법률적 지원을 강화하고, 여야의 대승적 재발 방지 약속 및 상호 처벌불원 방안도 검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같은 날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간담회를 마친 뒤 관련 질문에 "조건 없이 사과한 것"이라며 "말하고 아차 했다. 이 얘기를 괜히 했다고 생각했다"고 재차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의 사과와 관련, 이날 페이스북에 "긍정적인 변화"라며 "남은 며칠 만이라도 각 후보는 국민과 당원들에게 총선 참패를 반성하고, 보수 개혁의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dyh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