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차관 "나라 빚 늘고 국민 재정 부담 증가할 것"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발의한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민생지원금 특별법) 의결을 앞두고 법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민생지원금 특별법은 전 국민에게 25만~35만원의 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지급 시기를 법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로 못 박은 탓에 행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입법부가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소요 예산은 약 13조원으로 추산된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이재명표 포퓰리즘" "이재명 하명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법안 처리를 앞두고 집단 퇴장했다.
고 차관도 "대규모 현금성 지원과 관련한 정책 효과에 대해 정부는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 중에 거의 상당수인 4000만명 정도는 아마 (민생지원금을) 지급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생지원금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지금 이를 쓰고 있는 국민은 1000만명 정도고, 나머지 4000만명은 쓰지 않고 있다"며 "그분들에게 지급하려면 7~8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집행상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4000만명이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 받으려면 카드형 또는 종이 상품권으로 받아야 한다. 이 중 카드형은 월 최대 생산량이 400만장으로, 4000만명이 받으려면 최소 7~8개월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종이 상품권으로는 2조~3조원이 발행돼야 하며, 이 때는 2억~3억장 가량의 상품권이 전국에 배포된다. 고 차관은 "이 경우 속칭 '(상품권) 깡'이 일어날 수 있다"며 "아마 전국에서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 차관은 특히 민생지원금 특별법의 위헌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예산 편성권을 정부에서 가지고 있는데, 이를 상당히 제약하는 문제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강제해야 하는 문제도 논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위헌성 논란과 정책적 효과 의문 뿐만 아니라 집행상의 문제도 상당히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런 측면까지 고려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달라"고 했지만 법안은 야당 단독으로 끝내 가결됐다.
고 차관은 법안 의결 직후 인사말을 통해 "해당 법안은 정부의 재정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고, 법안대로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나라 빚이 늘어나고 국민의 재정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어 "지급 효과와 관련해 국민들의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 않아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말씀드렸음에도 법안이 통과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아울러 재정당국을 포함한 정부의 동의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은 입법 과정에서 법률안이 합리적으로 충분히 논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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