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과 영부인 및 수십 년 충성파들과 상시 소통
최측근과 백악관·선거캠프 주요 인사들 사이 갈등
민주당 의원들과 전화 때 사전 준비된 질문만 허용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3주전 미 대선토론회 참패 뒤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압박을 받아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인과 차남, 최측근 참모들에만 의지한 채 민주당과 대립하는 역사에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바이든이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은 백악관 비서실장이나 대변인, 선거 캠프 지도자들이 아니다.
그는 차남 헌터 바이든, 부인 질 바이든 등 가족들과 소수의 충성파들에게만 의지한다. 이들은 바이든이 자초한 위기와 민주당의 후보 사퇴 요구를 이겨내야 한다고 자문하고 있다.
바이든은 500여 명으로 구성된 선거 캠프의 여론조사 담당자들과 직접 소통하지 않으며 대신 오랜 친구인 여론조사 전문가 마이크 도닐런에게만 트럼프와의 경쟁 상황에 대해 묻는다.
민주당 의원들과 대통령 사이의 소통은 부통령 시절부터 자문해온 스티브 리체티가 전담 중개한다.
차남 헌터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바이든 및 영부인과 통화하고 문자를 보내면서 바이든의 건강, 정신 능력, 대선 유세에 대한 문제 제기에 맞서는 방법을 상의한다.
바이든의 선거운동은 바이든이 회생할 것이라고 신봉하면서 비판의견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소수 내부자들과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를 우려하는 다수 유권자 및 민주당 선출 공직자들 사이에 전에 없던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 사퇴 문제 누구와 상의하느냐" 질문에 답변은 "나"
바이든은 지난 15일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후보에서 사퇴할 지를 누구와 상의하느냐는 질문에 “나”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이 일을 오래 해왔지 않느냐. 내 정신 능력은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그의 정신 능력에 대해 불안해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짜증을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자신이 이룬 업적이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로 바이든에 대한 사퇴 압박이 일시 가라앉는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당 내 갈등은 여전하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지도자들은 이달 말 민주당 대선 후보를 확정하려 들지만 민주당에선 바이든에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다.
애덤 시프 하원의원은 지난 13일 뉴욕에서 열린 선거 자금 기부자들과 비공개 모임에서 바이든이 후보에서 사퇴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11월 선거에서 대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는 거의 모든 격전 지역 주들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시프 의원은 “우리가 상원도 내주고 하원 탈환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민주당 주지사, 의원들과 비공개 논의를 해왔다. 그러나 바이든과 대화를 나눈 많은 당사자들이 사전에 준비된 만남이었다면서 자신들의 우려를 불식하지 못했다고 밝힌다.
◆민주당 의원 후보 사퇴 요구하자 통화 중단
지난 12일 라틴계 민주당 의원들과 통화하던 바이든이 마이크 레빈의원이 후보 사퇴를 요구하자 갑자기 통화를 중단했다. 당시 통화 참석 의원들은 바이든 참모들이 사전에 질문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하루 뒤 바이든은 하원 중도파 의원들과 만날 예정이었으며 행사 참석 대상 의원들이 바이든 캠프에서 사전에 질문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했다.
바이든은 크리시 훌라한 하원의원이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에 4~5% 뒤지고 있다고 말하자 묵살하기도 했다.
13일 당내 진보파 의원들과 통화할 때도 바이든은 참모들이 건넨 메모지를 읽는 모습이었다. “수비적 모습을 보이지 말고 긍정적으로 보라”는 내용이었다.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36년 동안 의회에서 존경 받은 인물이던 바이든이 의원들과 접촉이 적고 의사당을 방문하지 않는 것을 의아해 한다.
리치 토레스 의원은 바이든과 대화가 “사전에 준비된 대사들이며 피상적”이라면서 “어려운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부터 바이든은 소수 최측근 그룹에 크게 의존해왔다. 연설문 작성자 브루스 리드와 애니타 던 대통령 공보 자문이 대표적이며 전 백악관 비서실장 론 클레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도 자주 바이든과 통화한다.
그러나 바이든에 자문하는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도 걱정이 커지고 있다. 헌터가 바이든 연설문에도 개입하고 다른 정치적 사안에도 자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터는 바이든과 직접 통화하지 못할 경우 영부인 선임 자문인 앤터니 버낼과 통화한다. 그는 대통령의 거의 모든 고위급 회의에 참석하는 이례적 인사다.
2008년부터 바이든의 선거를 지원해온 버낼은 백악관 내 실력자로 통한다. “달려오는 기차 앞을 막고 질 바이든 여사를 보호할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 충성파다.
버낼은 바이든과 항상 붙어 다니는 애니 토마시니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긴밀히 협력한다.
이들 소수 그룹은 충성심 때문에 바이든 가문으로부터 인정받는다.
◆"질 바이든 보호하려 달려오는 기차 앞을 막을 사람"
이들은 백악관 선임 공보 자문인 던과 클레인 비서실장 등 광범위한 자문 그룹과 종종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헌터 바이든은 최근 총기 불법 소유 유최 평결 뒤 던과 그의 남편인 바이든의 개인 변호사 밥 바우어가 대통령에게 거리를 두도록 자문한 것에 분통을 터트렸다. 또 소수 측근들과 던 공보 자문 사이의 갈등은 대선 토론회 참패 뒤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편 바이든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 캠프는 대선 토론회 뒤 지난 8일 처음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토론 참패로 7개 경합 주에서 불리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은 캠프 여론조사 결과 자신이 앞서고 있다는 주장을 기회 있을 때마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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