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백승아 "'아기쌤'의 죽음…특별법 당론 채택 설득할 것"[서이초 1주기③]

기사등록 2024/07/17 08:00:00 최종수정 2024/07/17 09:48:14

與野 초등 교사 의원에 '서이초'를 물었다

"교사 생활지도가 '정서적 아동학대'가 돼 "

아동복지법 개정…학대 기준은 '반복·지속'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16.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이초 참사'가 낳은 국회의원이다. 그는 "서이초 사건이 없었으면 나는 여기 없었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백 의원은 순직한 서이초 교사를 '아기 쌤(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교사들은 이제 막 교단에서 첫걸음을 뗀, 교사 공동체가 키워줘야 할 저연차 선생님을 '아기'라고 부른다. 백 의원의 슬픔은, 그래서 아기를 잃은 슬픔이다.

그의 사무실에는 큼지막한 '촛불' 사진이 걸려있다. 순직한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며, 그리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벌어져선 안 된다며 거리로 나선 교사들이 국회를 향해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백 의원은 이 사진을 자신의 '초심'이라고 소개했다.

민주당은 백 의원이 첫 마음으로 만든 '서이초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6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백 의원은 "지금 교실이 어떤 모습인지, 이 법이 왜 필요한지 (의원들에)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법·제도 만들어야…그게 내가 될 줄은"

 1년 전 그는 교사노동조합연맹의 미디어국장 겸 초등교사노조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서이초에서 24살의 교사가 순직하며 모든 게 바뀌었다.

백 의원은 "교권 침해 문제는 늘 있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며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학교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선생님들이 참고 참았던 게 (서이초 사건으로) 외부로 폭발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건 당시) 학교 현장을 아는 사람이 제발 국회에 들어가서 법과 제도를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더는 동료들을 잃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제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안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서이초 사망 사건의 수사와 진상 규명을 위해 일하던 그를 인재로 영입했다.

◆"생활지도가 '정서적 아동학대'가 되는 현실…법 개정해야"

백 의원은 이달 '서이초 특별법 패키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패키지에 포함됐다.

패키지 법안 중 교사들이 가장 고대하는 것은 단연 아동복지법 개정안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교사들을 상대로 '교권 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개선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를 물은 결과 45%는 아동복지법 개정을 꼽았다. 모호한 정서적 학대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해달라는 교사들의 요구가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백 의원은 개정안에 정서적 아동 학대 행위 요건을 '반복적·지속적이거나 일시적·일회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판단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교사들이 두려워하는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16. xconfind@newsis
백 의원은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를 심의하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가 열린다. 그럼 가해 학생이 되기 싫으니까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담당 선생을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해 버린다. 학교폭력 사건이 벌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가해 학생이 선생님을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이게 이 일은 교권침해, 학교폭력 사건이 아니라 아동학대 사건이 돼 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 지인은 신고를 한 번 당하고 7시간의 조사를 받은 뒤 사표를 냈다. '도저히 애들 앞에 설 자신이 없다' '뭘 해도 또 신고를 당할 것 같다' '사랑으로 가르칠 수 없다'고 하더라"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방법을 강구했다"고 했다.

백 의원의 법안이 통과된다면 학부모, 혹은 학생이 교사를 정서적 학대로 신고하기 위해 학대 행위가 '반복적'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학교의 사법화, 교사를 지킬 방안도 필요해"

백 의원은 2010년 즈음을 기점으로 교권 침해 수준이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가해자를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학교폭력예방법'의 필요성이 논의되던 시점이다. 국회를 통과한 학교폭력예방법은 2012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백 의원은 "학교폭력예방법이 생기면서 학폭은 사법화됐다. 학생부에 아이의 학폭이 기재되는 걸 막기 위한 필사적인 움직임이 시작되며 변호사들이 학교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이 흐름이 '선생님도 법적으로 대응해야지' 하는 지경까지 이어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교사의 생활지도가 무분별한 고소, 고발에 노출되기 시작했다"며 "교사가 고소, 고발을 당했을 때 지금은 혼자 고군분투한다. 그러지 않고 교육활동보호조사관이 나와서 법률 지원을 해주고, 교육청이 법률 지원을 해서 교사를 도와주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다"고 했다. 백 의원의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백 의원은 '서이초 특별법'을 당론으로 만들기 위해 논의 중이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추인이 돼야 당론으로 채택된다"며 "의원들에 현장의 문제를 생생하게 알려드리려고 한다. 국회에서도 급속도로 바뀐 지금의 (교육) 현장을 잘 모르시더라. 이 법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 교사들에 "교사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쓰러진 선생님들을 심폐소생할 서이초 특별법을 꼭 통과시켜서 선생님들이 선생님으로 다시 설 수 있게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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