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ASML CEO "미중 칩 전쟁 수십년 지속"
"삼성·SK, 미중 줄타기 전략 세밀화 필요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중 갈등 장기화로 중국 현지 사업 등에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피터 베닝크 전 ASML 최고경영자(CEO)는 네덜란드의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미중 칩 전쟁은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 아닌,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이어 "이 같은 갈등은 수십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은 주주들의 이익을 균형있게 관리해야 한다"며 "이데올로기가 이를 방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반도체 동맹국들을 상대로 공급망 압박 범위를 더 넓히고 있다.
단적으로 셰팔리 라즈단 두갈 주 네덜란드 미국 대사는 ASML에 인재를 공급하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공과대 측에 "중국 유학생이 너무 많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만드는 네덜란드 기업이다.
이와 함께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 이후 대선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미중 반도체 전쟁을 심화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는 줄곧 보호무역주의를 기조로 내걸며, 최신 반도체 대중 수출금지와 중국산 수입품 60% 고정 관세 등을 예고한 바 있다.
이 같이 미중 칩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경우 양국 사이 균형을 이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최근 미국에 수조~수십조 원을 들여 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을 짓고 있어 미국 정부와의 협력이 필수다.
반면, 중국에서는 범용 반도체는 대중 의존도가 높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에서 낸드 40%, SK하이닉스는 우시·다롄 공장에서 각각 D램 40%, 낸드 30%를 생산 중이다.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 중 중국의 비중은 37%에 달한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중국은 범용 반도체 및 반도체에 필수인 희귀 광물 등으로 공급망이 엮여 있는 탓에 양국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반도체 기업들의 전략 세밀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미중 양국에서 반도체 공급망 의존도는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줄타기 전략을 더 세밀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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