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일본 수준 돼야"…오세훈, 독자 핵개발 거듭 주장하는 이유는

기사등록 2024/07/14 10:47:39 최종수정 2024/07/14 11:54:51

"적어도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 갖춰야 한다"

"유력 정치인들, 기회 있을 때마다 언급해야"

"초등학생도 생각할 수 있는 협상의 원리"

[서울=뉴시스]오세훈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 2024.07.01. (사진=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공개석상 등에서 독자 핵개발을 거듭 주장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핵 대응을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다양한 자체 핵능력 개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역설적이게도 유력 정치인 간에 활발한 (핵개발) 논의 그 자체가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하는 주변 4강 외교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한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이 적어도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을 갖춰야 한다"며 "정부는 물밑으로 핵옵션을 협상 카드화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했다.

또 오 시장은 지난 4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핵 재처리를 할 수 있는 수준은 한미 원자력 협정을 통해 결정되는데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더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단계에 근접해 있다"며 "사실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을 담당하게 되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유력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의 핵 보유에 대해서 활발한 토론을 하면 할수록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저는 생각한다"며, "사실은 우리는 핵을 개발할 능력도 있고 기술도 있고 다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만들고, 못 만들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가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니까 한국의 유력 정치인들이 와글와글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주독립국이 왜 핵이 없는 게 정상이냐',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는 게 정상이냐' 라는 이야기를 해야 된다"며 "그래야 국제 간 협정을 맺고 뭔가 안보에 관한 틀을 잡아갈 때 하나라도 더 받아낼 수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우리가 능력이 없어서 혹은 의지가 없어서 핵을 개발하지 않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서 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앞으로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겠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되면 또 그 이슈가 불거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라며 "그럴 경우에 우리가 핵을 만들 수 있고 만들고 싶다 얘기하면서 협상을 시작하는 것과 우리는 원천적으로 핵에 관심이 없으니 그냥 전술핵 재배치만 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 중 어떨 때 협상력이 올라갈까. 초등학생도 생각할 수 있는 협상의 원리"라고 했다.

오 시장은 지난 11일 '2024 북한인권 서울포럼'에서도 "핵은 핵으로밖에 억제할 수 없다"며 "재래식 무기로는 핵무기를 억제할 수 없다는 핵무기의 비대칭성은 이미 국제정치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4 북한인권 서울포럼에 참석해 환영사 및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4.07.11. 20hwan@newsis.com
이어 "최소 20개 이상의 북핵이 실전 배치되는 상황에서 한미 간의 확장 억제 전략에만 의존하는 것은 우리 안보에 너무나 큰 한계가 될 것"이라며 "나토식 핵공유를 추진하거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으로 일본 수준의 잠재적 핵 능력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핵무장 방안이 정보와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우리가 핵을 보유한다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의 자원들이 핵과 미사일 개발이 아닌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삶을 개선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한미 정부가 서명한 '한미 핵작전 지침'에 관해서도 오 시장은 한국 핵전략 방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놨다.

오 시장은 14일 뉴시스를 통해 "한미 핵작전 지침이 억제에서 대응으로 진화한 것"이라며 "이런 진전을 바탕으로 계속 다지고 앞서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 북핵 대응 전략이 자체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꾸준하게 강조해 왔는데 같은 주장을 하는 목소리들이 정치권에 높아지고 있고 미국과 국제 사회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책임 있는 정치인들의 이러한 주장이 우리 정부에 힘이 실리고 그것이 한미 협상의 레버리지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번 지침의 온전한 실행은 물론이고 미국과 한국 자체 핵개발 잠재력 논의 역시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2017년부터 독자 핵개발을 주창해왔다.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맡았던 당시 다양한 학자들과 토론하면서 독자 핵개발 견해를 갖게 됐고 2017년부터 강연 등에서 이를 설파해왔다. 2019년 내놓은 저서 '미래:미래를 보는 세 개의 창'에도 이 같은 견해가 담겼다.

전문가들은 오 시장의 발언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독자 핵개발을 수년째 주창해온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유력 정치인들이 핵개발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이 대미 협상 과정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정 센터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원하면 핵개발을 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바이든 행정부가 깜짝 놀랐다"며 "전에는 중국에만 관심을 갖다가 한국 핵개발 얘기를 들은 뒤 워싱턴 선언도 채택하고 NCG(핵협의그룹)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미국은 관심을 안 갖는다"며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이 있지만 그나마 그것이라도 받아내려면 '한국 안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핵개발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한국이) 핵보유를 하려면 소신을 가진 정치인이 필요하다. '가졌으면 좋겠다' 정도로는 안 된다"며 "오 시장이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아니 거의 유일하게 이 문제에 확실한 소신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정 센터장은 오 시장이 북핵 대비 학술 행사를 거듭 개최하는 것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 지자체장으로는 처음으로 핵 민방위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며 "최악의 상황에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할지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 (오 시장은) 다른 정치인과는 차이가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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