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민주노총서 '인수합병 반대' 기자회견 개최
"원 대표, 항공기 이관으로 수십억 영업익 포기"
에어인천 영속성 의문…조종사 사직서 제출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아시아나조종사노동조합과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이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조종사를 에어인천으로 강제승계 시 단체 사직을 결의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아시아나조종사노동조합과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은 11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 대표는 올해 도입돼야 할 A350 항공기 2대를 인수합병이 되기 전 대한항공에 이관해 연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주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경영층도 관여했음이 명백하다"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조사를 의뢰하고 검찰에 원 대표를 배임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조 측은 화물기 조종사를 에어인천으로 강제 고용승계할 경우 단체 사직을 결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EC가 기업결합 선결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제시하자 화물 전용 항공사 에어인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조종사 노조는 에어인천이 장거리 운항 경험이 없는 소규모 항공사라는 점에 사업의 영속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선정 배경과 관련 대한항공이 향후 경쟁사가 될 수 없는 항공사를 미리 선정해, 추후 화물사업을 독식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이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특히 에어인천이 기업 규모가 작은 만큼 화물사업 영위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대형 화물기 11대(747-400 10대·767-300 1대) 중 747 기종의 평균 기령은 21.6년으로 새로운 대체 항공기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도성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은 "B747·B767 기종 운항승무원은 에어인천으로 매각 시 전원 사직을 결의하고 지난 1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며칠 전부터 다른 기종 조종사도 동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조종사 노조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에어인천으로 분리매각하는 것에 대한 결사반대 서신을 EC로 발송했다"며 "EC가 반대 사유를 심도있게 검토해 인수합병을 불승인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는 기업결합을 위해 영국에 7개의 슬롯(시간당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반납하고,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면서 '메가 캐리어' 탄생이라는 본래의 기업결합 취지를 잃었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국내 FSC(대형항공사) 독과점 기업이 돼 ▲일방적인 일정 취소 ▲정비 불량으로 인한 회항 ▲대체 항공기 부족으로 대기 시간 증가 ▲항공권 가격 폭등 등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수정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경신하며 빠른 속도로 빚을 갚고 있다"며 "독자 생존이나 제3자 기업에 통매각을 통해 2개의 FSC(대형항공사)가 경쟁하는 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은 슬롯을 반납하는 등 팔·다리를 자르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을 없애는 것보다 이자 비율을 낮추는 등 자력 회생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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