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미술대전 일부 당선작 모작 논란
"당선 취소하고 재심사해야" "오랜 논쟁, 시비 가리기 어려워"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표절이냐 차용이냐'
오래 묵은 미술계 논란 중 하나다. 올해 울산미술협회가 주최한 울산미술대전 공모 일부 당선작들이 '모작(模作)'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미술협회 회원들은 문제가 되는 당선작 취소를 요구하는 한편 미협에서는 '오래된 미술계 논쟁거리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8일 (사)울산미술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5월 진행된 '제28회 전국공모 울산미술대전' 공모에는 한국화, 서양화, 수채화, 조각, 공예, 서각, 서예, 문인화, 민화 부문에 총 693점이 접수됐다. 이 대회는 울산미술협회 주최, 울산미술대전운영위원회 주관, 울산시, (사)한국미술협회, S-oil 후원으로 마련됐다.
이후 심사를 거쳐 대상 2점, 최우수 5점, 우수 8점, 특선, 입선 다수 작품 총 457점의 수상작이 나왔다.
문제가 된 작품은 서양화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곽○○ '비 온 뒤')과 일부 입선작(박○○ '무고춤', 손○○ 'TeapotⅡ)들로 이 작품들은 웹사이트 '핀터레스트'(이하 '핀')나 각종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존 창작물(사진 또는 회화)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것.
올해 수상작들의 원본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는 일반적으로 '핀' '핀터' 등으로 불리는데,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미지나 사진 등 자신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다. 많은 전문미술인이나 아마추어 미술 입문생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기 위해 자주 방문하는 '미술계의 인스타그램'으로 불린다.
이 사이트에서는 '원작자에게 창작물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해 무단 복제, 배포, 수정, 공개 등을 제한하므로 다른 사람의 이미지를 올리거나 사용할 때, 반드시 저작권을 준수해야 한다'라는 이미지 사용과 저작권 관련 내용이 공지돼 있다.
미술협회 회원들은 문제가 되는 당선작 취소를 요구하는 한편 재심사를 요청하고 있다.
한 미협 회원은 “당선 작품들은 울산미술대전 개최 요강에 '전시 작품 내용이 순수 창작 예술품이어야 한다'는 내용과도 맞지 않는다”며 “당선작 취소는 당연하고, 공정하게 재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회를 주최한 울산미협은 표절과 차용의 경계가 불분명해 발생한 미술계 전체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김봉석 울산미술협회장은 "문제가 된 작품은 사진을 회화로 옮긴 작품"이라며 "회화 중에 극사실주의를 말하는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있다. 회화기법의 진화로 봐야할지, 베끼기로 봐야할지 한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미술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들과 함께 이 문제를 놓고 논의를 하고 있다"며 "어디까지를 창작영역으로 봐야 할지 의견이 팽팽히 나뉜다. 단순히 울산미협 차원의 문제가 아닌 미술계 전체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gorgeousk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