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진료'가 뭐길래…車보험 누수 키운다

기사등록 2024/07/08 10:17:31 최종수정 2024/07/08 11:28:52

車사고 한방진료비 1조4888억원…2018년 2배↑

12~14급 경상환자 세트청구 규모, 5년 새 3.9배↑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3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 부근 전광판에 변경된 버스전용차로 운영 안내문이 송출되고 있다. 2024.06.03.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경상환자를 중심으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가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한 번에 여러가지 처치를 하는 이른바 한방 '세트청구' 진료액이 크게 늘어난 영향인데, 자동차사고 가해자의 보험료 할증·보험금 누수로 직결되는 만큼 과잉진료가 있다면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사고 한방진료비는 1조4888억원으로 2018년(7139억원)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추나요법은 0원에서 1934억원으로 급증했고, 약침은 586억원에서 1551억원으로 약 2.6배 늘었다.

자동차보험 환자 수를 양·한방으로 나눠 살펴보면 양방은 감소, 한방은 증가 추세다. 양방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97만명에서 145만명으로 감소한 데 반해, 한방은 133만명에서 162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일부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환자들에게 한방 '세트청구' 방식으로 과잉 진료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양상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상해급수 12~14급 경상환자에 대한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한방 세트청구 규모가 2017년 1926억원에서 2022년 7440억원 3.9배가량 치솟았다. 이는 연평균 31% 상승한 수준이다.

세트청구는 침술·구술·부항·첩약·약침·추나요법 등의 다수(복수진료)의 처치(진료)를 내원 환자에게 한 번에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이 '세트청구'가 증가하는 원인은 복수진료에 대한 심사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방진료 심사지침은 각 진료(처치)에 대해서 시행 횟수, 부위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고, 복수진료에 대한 규정은 양·한방 협진 중복진료에 대한 규정만 존재한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 가해자나 보험사가 한방진료 수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진료수가 기준에는 반영되지 않아 세트청구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방진료의 주요 진료에 대한 개별적 규정은 마련돼 있지만 주요 진료의 병용 등 다양한 조합에 대해서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반영된 심사기준이 없다"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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