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장기간 치밀한 살해 계획 세워"
범행 도운 70대는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67)씨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또 김씨의 범행동기가 담긴 '남기는 말'을 우편으로 보내주는 등 범행을 도운 피고인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용균)는 5일 오전 살인미수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살인미수방조 등)로 기소된 A(75)씨에게는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5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비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또 A씨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었다.
김씨는 범행 사실에 대해 자백하지만, 검찰이 제시한 범행 동기에는 일부 다른 점이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자포자기 심정과 영웅심리에 기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 순수한 정치적 명분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씨는 자신의 범행 동기가 '남기는 말'을 대외적으로 알릴려고 했고, 범행 당시에도 '남기는 말' 메모를 소지하고 있었다. 그는 또 검찰 조사 당시 자신의 범행을 논개 또는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 비유하며, 자신의 저지를 범행이 정당한 것처럼 강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김씨의 범행에 대해 재판부는 "김씨는 자신과 정치적인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외부 공식 행사에서 다수의 시민이 있는 가운데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이자 현직 국회의원이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가 되려고 했던 피해자에 대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는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가 결정돼야 할 선거제도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가치를 파괴하려는 시도로,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한 부당한 폭력일 뿐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어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김씨는 피해자에 대해 오랜 기간 동안 정치적 견해의 차이를 이유로 적대감과 혐오감을 쌓아온 끝에 피해자에 대한 비인격화, 악마화하기에 이르렀다"며 "피해자에 대한 범행을 결심한 지난해 4월부터 이 사건 범행일인 올 1월2일까지 약 9개월에 달하는 장기간 집요하고 치밀하게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을 세워 결국에 이를 실행한 것으로 전체적인 범행의 경위나 수법, 계획성 등에 비춰보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법원에 이르러 뒤늦게나마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범행을 반성한다는 뜻을 표시했지만 김씨가 자신의 범행 동기를 강변하고자 하는 모습들을 봤을 때 진지한 반성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든다"면서 "다만 김씨가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자신의 범행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공격이라는 것에 대해 수긍하고 있으며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등 모든 양형 요소를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황토색 수의와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들어선 김씨는 판결 이후 별다른 말 없이 곧바로 피고인 대기실로 돌아갔다.
아울러 A씨는 김씨가 건네준 우편물의 내용을 알지 못했고, 김씨의 범행에 대해 고의가 없거나 방조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남기는 말'을 우편으로 보내는 행위가 김씨의 범행 결심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이른바 '남기는 말'을 다른 사람에게 우편으로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행위가 단순히 살인이 아닌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면서 "김씨는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범행 동기가 담긴) 메모를 몸에 소지하고 있었고, 이는 김씨가 메모를 반드시 대외적으로 공표해야 할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는 A씨에게 지난해 5월 우편물을 전달한 이후 다음달부터 이재명 전 대표를 따라다녔고, 같은해 12월 수정된 우편물을 전달하고 한 달 뒤에 김씨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러한 내용들을 보면 메모를 외부로 공표하는 행위는 김씨가 이 사건 범행을 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따라서 메모 공표하는 행위에 도움을 준 A씨의 범행은 방조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죄책이 매우 중하고, A씨 역시 김씨를 돕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 다만 이 사건 이전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A씨의 방조 행위가 범행에 대한 기여도가 매우 크다고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하며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1월2일 오전 10시29분께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이 전 대표의 목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해 5~12월 김씨로부터 전달받은 '남기는 말' 메모를 언론 매체 등에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범행 당일 메모가 담긴 우편 봉투 2부를 김씨의 가족 등에게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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