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뱅크런 1년'…관리·감독 강화 속 부실 우려 '여전'

기사등록 2024/07/04 06:10:00 최종수정 2024/07/04 06:16:50

행안부 "1년 간 강도 높은 조치로 건전성 개선"

10억 이상 대출 심사 강화 등 추가 후속 조치도

일부 지역 부실 대출 의혹 등 불안한 모습 계속

통제 강화한다지만 한계, 행안부 전문성도 문제

"철저 관리·지배구조 개선 없으면 제2의 뱅크런"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지난 4월1일 대구 수성구 새마을금고 본점 안으로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2024.04.01. lmy@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지난해 7월 이른바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이후 정부가 건전성 관리 감독 강화와 경영 혁신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부실 대출 등에 대한 불안과 우려의 시선은 여전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에 준하는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러한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금융 당국이 관리 감독을 맡고, 지배구조를 실효성 있게 개선하는 등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새마을금고와 관련해 이르면 이달부터 10억원 이상 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내년부터는 손실 금고에 대해 배당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추가 관리 감독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표한 새마을금고 경영혁신 방안의 후속 조치다.

앞서 같은 해 7월 총 예치금 260조원, 전국 지점만 4000개가 넘는 상호금융기관 새마을금고에서 연체율 상승에 따른 부실 우려가 커지며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7~8월 두 달 만에 무려 17조원이 빠져나갔다.

다행히 정부와 금융 당국의 발 빠른 대처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지만, 부실 대출부터 중앙회장 및 직원들의 비리 의혹까지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총체적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터질 게 터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행안부는 새마을금고 지배구조 개혁과 건전성 강화, 금고 경영구조 합리화 등을 골자로 한 경영혁신 방안을 발표했으며, 건전성 관리 감독 등에 총력 대응해왔다.

일단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강도 높은 조치로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올해 5월말 기준 전체 예수금은 295조9000억원으로, 뱅크런 사태 직전 수준인 지난해 6월말 259조5000억원을 웃돌았다. 유동성도 충분히 확보했으며, 연체 채권 매각으로 연체율 또한 올해 2월 이후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뱅크런 사태의 주요 원인이었던 부실 우려 금고의 합병도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다. 올해 3월께 총 9개 금고의 합병을 완료했고, 이달 초까지 추가 2개 금고의 합병도 완료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김성렬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장이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안 관련,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 등과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1.14. kmx1105@newsis.com

그러나 부실 대출 우려 등 불안한 모습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찰은 부실 대출 의혹을 받아온 대구지역 새마을금고 3곳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17일에는 경기 부천지역 새마을금고에서 건설사를 상대로 불법 대출을 해준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총선 당시에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편법 대출 의혹으로 새마을금고 관리 부실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양 의원은 2021년 대구 수성 새마을금고에서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원을 사업자 대출로 빌린 혐의다. 이후 5개월 전 구입한 서울 서초구 아파트 매입대금 31억원 중 대부업체로부터 빌린 5억여원을 갚았다. 그는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계속되는 새마을금고 부실 대출 문제에 대해 "각 금고가 독립채산체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통제가 상당히 어렵고 대출심사 능력이 낮아 부실 금고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10억원 이상 대출에 대해서는 개별 금고가 판단하는 것 외에 외부에서 한 번 더 검토하는 장치를 넣었다. 상호금융 체계에서는 상당히 혁신적인 방안"이라며 "부실 대출 문제가 점진적으로 나아지지 않을까 본다"고 했다.

금고 내 대출심의기구 심의 대상을 기존 2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확대해 2단계로 심사를 의무화하고, 20억원 초과 대출 시에는 다른 금고와 중앙회 검토를 거쳐 대출을 심의하는 '상호 검토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70억원 이상 공동 대출은 중앙회가 사전 검토하고, 200억원 이상 공동 대출은 중앙회 연계 심사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4월2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김남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새마을금고 1500억 불법대출 사태 관련 행정안전부에 대한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4.23. jhope@newsis.com

전문가들은 그러나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사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어차피 자기들끼리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외부 전문 인력을 투입 시키는 등 다른 쪽에서 크로스 체크를 통해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관리 감독에 전문성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새마을금고는 196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상호부조 형태로 시작돼 행안부(당시 총무처)가 맡게 됐다"며 "하지만 이제는 금융기관인 만큼 관리 감독을 금융위원회 등 금융 당국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안부와 금융위는 올해 2월 '새마을금고 건전성 감독 협력체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어 관리 감독에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력도 적은 데다 급변하는 금융시장 흐름을 쫓아가기에는 행안부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특히 철저한 관리와 통제, 실효성 있는 지배구조 개선, 투명성 강화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제2의 뱅크런 사태'는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시중은행은 현재 예금과 적금, 대출 등에 대해 매달 보고하고, 금융 당국은 이를 공개하고 있다"며 "새마을금고도 이러한 부분이 시중은행 수준으로 총체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도 "지배구조, 특히 내부 통제 기준이 없는 게 문제"라며 "현재 시중은행 등에 적용하고 있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준해서 가칭 '상호금융기관 지배구조 개선법'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명성과 책임성도 요구된다. 이 교수는 "새마을금고의 경우 연체율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계속 숨기려 할 것"이라며 "지난해 뱅크런 사태도 연체율 때문이었다. 새마을금고가 '핵폭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혁신안에도 중앙회장 권한 분산 및 4년 단임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등 지배구조 개혁이 담겼다.

다만 이는 입법 과제로, 21대 국회 당시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행안부는 22대 국회에 조속히 관련 법안을 재발의해 올해 하반기에는 혁신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