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 가량 역주행, 인도·횡단보도 돌진
"급발진이어도 과실 없다고 볼 수 없어"
역주행 사고로 9명 숨지고 6명 다쳐
다만 '급발진' 판단이 양형 사유에는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3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시청역 역주행 사고' 운전자 차모(68)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차씨는 차량 급발진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량에 대한 조사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해둔 상태다. 다만 급발진이 인정된다 해도 차씨의 혐의는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정용우 남대문서 교통과장은 전날 기자단 브리핑에서 "급발진이라고 해서 적용 혐의가 달라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전문가들은 차량이 200m 가량 역주행한 점, 횡단보도 쪽으로 돌진한 점 등이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율원 소속의 윤원섭 변호사는 "역주행으로 진입한 것이나, 횡단보도 쪽으로 돌진한 것을 보면 과실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며 "인도가 아닌 다른 쪽으로 (핸들을) 틀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왜 역주행으로 진입했는지도 모르겠다"며 "언제 급발진이 시작됐는지를 봐야겠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이 죽은 상황에서 과실이 없었다고는 볼 수 없다. (급발진이 인정돼도) 죄명은 그대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씨가 운전한 제네시스 차량은 지난 1일 오후 9시27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역주행해 인도와 횡단보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치고 다른 방향 차선에 있던 BMW, 소나타 등 차량까지 차례로 들이받았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급발진' 자체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급발진 여부는 차량의 기계적 결함 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이 담긴 CCTV나 블랙박스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된다. 김 변호사는 "급발진이 제조사 결함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그간 (급발진) 주장이 많았지만 인정된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급발진 여부 뿐만 아니라 버스기사로 알려진 차씨가 '무사고 운전'을 했다면 이 또한 양형 참작의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차씨는 현 소속인 경기도 소재 버스회사에서 1년4개월 간 일하면서 무사고 경력을 기록했다.
다만 최근 교통사고 형량이 이전보다 무거워진 만큼 실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윤 변호사는 "교통사고로 1명이 사망한 경우, 1년6개월 형에서 2년형이 나온다. 그런데 이 사고로 9명이 죽었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5년 이상의 형량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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