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금 교섭 파행, 또다시 파업 리스크
교섭노조 '전삼노' "무임금·무노동 무기업 총파업"
직원들, 실제 파업 동참 여부가 사실상 '관건'
'24시간 가동' 반도체 사업장 생산 차질 우려도
◆삼성전자 노사 합의점 못찾아…무노동·무임금 총파업 수순
전삼노는 전날 오후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노사 실무협상,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간담회 등을 진행했지만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지난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3차 회의에서 ▲노사 간 임금교섭 최종 타결 전 비조합원에 대한 임금 조정 결과 발표 지양 ▲일회성 여가포인트 50만원 지급 ▲휴가 의무 사용일수 2일 축소(재충전 휴가 2일 미사용 시 보상) ▲노사 간 상호협력 노력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반면 ▲전체 직원에 대한 휴가 1일 ▲2024년 연봉 사인 거부자 855명에 대한 임금 인상 등 별도 혜택을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자, 무노동·무임금 총파업을 선언했다.
1차 파업 일정은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다. 전삼노는 "합리적 쟁의권을 기반으로 우리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임금 무노동 총파업으로 투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969년 창립 이래 노조가 없는, 이른바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으나, 지난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이래 노사간 협상이 본격화 됐다.
양측은 지난 2021년 첫 단체협약을, 2022년에는 첫 임금협약을 체결하는 등 협력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합의 도달에 어려움이 컸다. 노조는 특히 임금 교섭 진행 중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사측이 노조 힘빼기를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의 경우 반도체 업황 침체로 수조원대 영업손실이 발생하자 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양측 입장이 더 첨예했다. 사측은 5.1% 인상을 제시한 반면, 노조는 6.5%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사업 소속 직원들은 실적 악화로 연봉의 최대 50% 수준으로 받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전혀 받지 못하자 이에 반발했고 노조 가입이 크게 늘었다. 노조는 현재 성과급 재원과 지급 기준을 전년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개선할 것도 요구한 상태다.
최근 새로 위촉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전날 직접 노조와 만나 담판에 나섰지만 노조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노조는 "사측의 제시안은 조합원, 대의원, 집행부 모두를 분노케 했다"며 "이번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경영 손실의 책임은 무성의한 교섭으로 일관한 사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전삼노의 총파업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사업장은 24시간 가동되는 특성이 있는 반면, 생산 라인이 한번 멈추면 천문학적 손실이 생긴다. 칩 한 개를 만드는데 최소 3개월이 걸리는데 장비가 멈추면 중도 폐기해야 한다. 앞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지난 2018년 발생한 28분간 정전으로 5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총파업에 삼성전자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참여하느냐도 아직 미지수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최대 노조로 조합원 수는 지난달 29일 기준 2만8397명이다. 전체 직원의 23.6%에 달하는데 상당수 조합원이 반도체 부문 소속으로 알려졌다.
다만 앞서 지난달 7일 진행한 첫 파업 당시에는 참여가 예상 외로 저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당시 현충일과 주말 사이에 낀 징검다리 휴일인 이날 연차를 사용한 전체 사업부문 직원 수는 작년 현충일 징검다리 휴일(5일)에 연차를 낸 인원보다 적었다고 밝혔다.
파업이 얼마나 직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느냐도 관건이다.
전삼노는 전날 조합원 대상으로 사측 제시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찬반 투표 없이 투쟁에 들어가자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하지만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파업 찬반 투표율은 전체 조합원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금 인상을 거부한 855명의 조합원에게 별도 혜택을 달라는 노조 요구에 대해,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강경 조합원에게 더 높은 임금 인상률을 적용해달라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반응이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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