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 "지금은 때 아냐"…인터뷰 말아껴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2심 '판결 경정'
대한텔레콤 주식가액 변화 과정서 오류
"재산분할 비율(65:35)에 영향 안 미쳐"
▲우은식 부장= 뉴시스 기자와 함께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오늘(6월28일)은 사회부 법조팀 장한지 기자와 함께 최근 법조계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서 법원이 판결을 경정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얘기부터 합시다. 최근 최태원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어떤 내용이었죠.
▲장한지 기자= 네, 여성조선은 지난 27일에 김 이사장의 첫 언론 인터뷰를 공개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SNS 활동은 활발하게 하고 최 회장과 함께 공식 석상에 서기도 했지만, 어떤 공식적인 언론 인터뷰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김 이사장은 A4 용지 5매 정도 분량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자신이 총괄디렉터로 있는 포도뮤지엄의 세 번째 전시를 홍보했고요, 다만 말미에 '본인을 향한 오해와 비난의 시선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면서 최 회장의 이혼소송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이 나온 지 약 한 달 만이어서 그런지 김 이사장이 어떤 말을 하는지 그 내용에 더 관심이 쏠렸던 거 같습니다.
▲부장= 이것에 대해서 법조계는 뭐라고 해석하나요.
▲기자= 이 인터뷰는 항소심 판결을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인 지난 4월에 진행됐다고 하는데요.
김 이사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공개적 행보가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 액수 20억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요.
또 노 관장이 자신을 상대로 제기한 30억원대 위자료 청구 소송의 선고도 두 달 정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실 좌불안석인 상황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부장=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도 대법원 판단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 경정을 했습니다. 판결 경정은 판결이 나온 후 주문과 선고 이유 중에 나타난 오류를 수정하는 절차를 말하죠. '1조3808억원'이라는 역대급 재산분할액이 바뀌는 거 아니냐는 궁금증이 제일 컸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항소심 판결이 지난 5월30일에 있었고, 약 3주 만인 6월18일에 판결 경정이 있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게 1.3조라는 재산분할액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는데요.
또 판결 경정에 대한 설명자료가 법원에서 배포됐을 때가 점심시간이었거든요. 식사하러 나가려고 하던 참에 부랴부랴 돌아와서 자료를 보는데, 마음이 조급한 거예요.
왜냐하면 오류로 인해서 재산분할액이 달라져버리면 그동안 작성했던 수많은 판결 기사에도 오류가 있었던 게 돼버리고, 206페이지에 달한다고 하는 판결문에 대한 분석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이 있었는데요.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이번 판결 경정이 1.3조라는 재산분할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서울고등법원의 설명이었습니다.
▲부장= 어떤 부분이 수정됐던 건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우선 대한텔레콤 주식이 왜 중요한지 말씀드리면, 최 회장이 SK 지분 약 17.7% 갖고 있기 때문에 SK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요. 이 17.7%는 대부분 대한텔레콤 주식에서 왔기 때문에 그만큼 이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이 중요해지는 건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 경정 전인 1차 판결문에 대한텔레콤 주식가액의 변화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눴는데요, 이해 편의상 1단계, 2단계, 3단계라고 표현하겠습니다.
1단계는 대한텔레콤 최초 주식 취득 시점인 1994년 11월20일 '주가 400원'입니다. 2단계는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무렵인 1998년 5월13일 '주가 5만원'입니다. 3단계는 SK C&C 상장 시점인 2009년 11월11일 주가 '3만5650원'입니다.
SK는 2007년 3월에 1대 20의 비율로 액면 분할을 진행했고, 그 다음 2009년 4월에 1대 2.5의 비율로 진행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1단계 주식가액인 4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1차 액분이 이뤄졌을 때 400원 나누기 20을 하게 되면 20원이 되죠. 2차 액분을 하면 20 나누기 2.5 니까 8원이 됩니다.
400원으로 1주를 살 수 있었다면 같은 가격이지만 8원에 50주를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같은 방식으로 계산을 하게 되면 2단계 때의 주식가액 5만원은 1, 2차 액분을 거치게 되면 1000원이 됩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2단계 계산 착오로 '100원'을 도출한 것입니다.
▲부장= 대한텔레콤 주식가액 변화가 왜 그렇게 중요해진 건가요.
▲기자=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시기는 SK그룹의 성장과 관련해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되겠고요. 선대회장 별세 이후인 2단계에서 SK C&C 상장 시점인 3단계까지는 최태원 회장의 기여분이 됩니다.
그래서 SK 성장에 선대회장이 더 기여했냐, 최태원 회장이 더 기여했냐 이걸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 경정 전에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가 약 12.5배 성장했고,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 주식 가치가 약 355배 성장했다고 결론 내렸었는데요.
쉽게 말해서 "최태원 기여분이 크다" 이걸 증명해 낸 것이죠.
그런데 판결 경정을 하면서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125배로 늘고, 355배로 계산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더 커버리게 된 것입니다.
▲기자= 최 회장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선대회장 덕분에 SK그룹이 성장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는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입니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각자 소유하던 재산이나 혼인 중에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을 뜻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닙니다.
최 회장이 재판 과정에서 "나는 '자수성가형 사업가'가 아닌 '승계상속형 사업가'다"라고 하는 말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겁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임의로 자수성가형과 승계상속형을 구분했는데, 굳이 판단하자면 '자수성가형'에 가깝기 때문에 SK주식은 특유재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던 것인데요.
이후에 오류가 발견되면서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커지게 됐고, 최 회장은 '승계상속형 사업가'가 된 것입니다.
▲부장= 판결 경정이 되면 결국 재산분할액에도 영향을 미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항소심 재판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재산분할 비율 '65대 35'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로, 먼저 아까 말씀드린 3단계의 기준을 'SK C&C 상장 시점'이 아닌 '항소심 변론종결 시점'인 2024년 4월16일을 기준으로 삼아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분을 비교하는 게 더 옳다는 판단입니다.
서울고법은 "최 회장이 2009년 경영활동을 그만둔 것이 아니고, 2024년 4월16일까지 계속 경영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는데요.
항소심 재판부의 새 기준에 따르면, 선대회장 별세 무렵인 1998년부터 항소심 변론시점인 2024년까지 회사 성장에 대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160배가 됩니다.
새 시점, 새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선대회장의 기여분 '125배'와 최 회장의 기여분 '160배'를 비교하면, 최 회장의 기여분이 선대회장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서울고법의 판단입니다.
따라서 상속승계형과 자수성가형은 최 회장 측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임의로 구분한 것이다, 최 회장 측 뜻대로 구분한다고 하더라도 최 회장은 자수성가형에 가깝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뜻으로 풀이됩니다.
▲부장= 그래도 재산분할 비율엔 변함이 없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뭔가요.
▲기자= 결정적으로 SK 경영 활동에 노태우 대통령과 노 관장의 기여분이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건데요.
노태우 대통령과의 사돈관계와 그의 정치적 영향력를 이른바 '방패막이'로 활용해 최종현 선대회장이 태평양증권과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는 등 모험적이고 위험한 사업을 벌일 수 있었고,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SK 경영에도 흘러들어가는 등 유무형의 기여가 컸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 노 관장의 육아와 가사 노동이 최 회장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친 것도 여전하다는 건데요. 이런 점 때문에 결과적으로 재산분할 비율에는 변함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입니다.
▲부장= 재판부의 설명이 이해는 가는데, 이렇게 기준을 새롭게 설정해도 되는 건지는 의문이 드네요. 대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칠 거 같은가요.
▲기자= 네, 대법원이 법률심이잖아요.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1심과 항소심에서 다 마쳐지고, 법률적 쟁점만 한번 더 심도있게 살펴보게 되는 건데요.
통상 이혼소송의 경우 추가 법리 검토를 할 것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4개월 이내 상고를 기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 재산분할 비율은 물론 노 관장 기여도에 대한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파기환송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입니다.
노 관장 측은 사실상 65대 35라는 재산분할 비율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침소봉대'하지 마라는 입장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zy@newsis.com